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관리담당 부총재가 사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홍 부총재의 인선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국제적인 체면만 구기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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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관리담당 부총재.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산업경쟁력 관계장관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홍 부총재가 휴직하는 도중 후임자가 새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홍 부총재의 후임자를 한국인으로 선임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며 “홍 부총재가 물러난다면 한국인 후임자를 뽑도록 계속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재는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6개월 휴직을 신청하고 중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에 앞서 한 인터뷰에서 KDB산업은행 회장 시절 대우조선해양 지원 결정을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통보받았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불렀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 부총재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실패 책임론에 휩싸였는데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 일 자체가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며 “한국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이고 국제기구의 요직을 다른 국가에 내줄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9월 한국을 방문한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총재를 만나 “부총재 자리를 한국에서 맡게 해달라”고 요청한 끝에 부총재 1석을 보장받았다.
정부는 그 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홍 부총재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서 후보 여러 명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정부가 홍 부총재만 추천했다는 말도 나온다.
홍 부총재가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인사'이다 보니 해외기구에 무리하게 낙하산 인사를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부총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교수 출신으로 2012년 대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일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위 인사들이 회의나 인사검증체계를 거치지 않고 국제기구의 요직에 한국을 대표해 나가니 홍 부총재의 휴직 신청처럼 엉터리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부총재가 물러나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 자리를 러시아·프랑스·호주 등에서 차지할 가능성도 크다.
러시아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지분율 기준으로 한국보다 많은 분담금을 냈지만 부총재를 차지하지 못했다. 프랑스와 호주는 한국과 비슷한 3%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이미 홍 부총재의 휴직으로 업무 공백에 따른 부담을 떠안게 된 상황”이라며 “홍 부총재가 물러나면 한국에 대한 신뢰도 급락과 다른 국가들의 견제까지 버티면서 한국인 후임자를 선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