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월12일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한층 커졌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날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함에 따라 정국이 빠르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국회에서 정부로 (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문이 통지됐다"며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 거취 문제가 이태원참사 국정조사를 비롯해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각종 국회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탄핵소추도 불사하겠다고 예고했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된 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적은 한차례도 없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탄핵소추안 통과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1(100명)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찬성으로 의결한다. 민주당 의석수가 169석인 만큼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최장 180일 동안 직무가 정지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처리는 이 장관을 문책하라는 민심과 유가족의 피맺힌 절규를 대신해 헌법이 정한 국회의 기본적 책무를 다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정면으로 맞서며 또다시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를 걷어찬다면 민심의 혹독한 심판이 기다릴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마자 국민의힘 국정조사 위원들이 모두 사퇴하겠다며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대통령 후배 장관 한 명을 지키겠다고 집권 여당 전체가 몰염치한 몽니를 부리는 모습이 정말 낯부끄럽고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장관을 둘러싼 분위기도 호의적이지 않다.
이태원참사 발생 이후 4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진상규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족협의회가 전날 공식 출범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장관 해임에 찬성하는 의견이 과반을 차지하는 등 여론도 좋지 않은 게 현실이다.
조원씨앤아이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상민 장관 해임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5%가 찬성했다. 미디어토마토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의
이상민 장관 파면 요구와 관련해 응답자의 54.3%가 '정당하다'고 대답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해임건의를 두 번 거부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국회에서는 모두 일곱 건의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다. 1955년 임철호 농림부 장관, 1969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 1971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 200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2016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2022년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이다.
앞선 세 건의 해임건의안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었다. 2001년 이후 국회에서 채택된 해임건의안에는 법적구속력이 없으나 임동원 장관과 김두관 장관은 자진사퇴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정치적 책임을 지는 일이 불가피하게 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 때는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과정에서 발생한 외교논란이 문제였다면 이번엔 이태원참사에 따른 정부책임론이 쟁점이란 점도 행정부의 수장인 윤 대통령에게 더욱 부담이다.
이상민 장관의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는 것은 윤 대통령 지지율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0.5%포인트 하락한 38.4%로 집계됐다. 화물연대 파업에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던 영향으로 오름세를 보이던 지지율이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이슈가 부각되면서 2주 만에 상승세를 멈춘 것으로 분석된다.
기사에 언급된 각종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