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업체가 중국 이외 지역으로의 생산지역 다변화를 꾀하며 인도가 떠오르고 있다.
다만 숙련공이 부족하고 중국과 비교해 인프라가 미비한 점은 인도의 약점으로 꼽힌다. 더구나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조치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인도가 중국을 짧은 기간 안에 추격하기 힘들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 애플 등 글로벌스마트폰 제조기업이 중국을 떠나 인도에 생산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의 아이폰 생산공장. |
7일 포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제조업체들이 중국 내 생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의 최대 공장은 중국이다. 값싼 노동력과 강력한 중앙집권적 행정을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키웠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전 세계 스마트폰의 67%를 생산했다.
특히 애플과 중국은 아이폰 브랜드의 시작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중국 정부는 애플이 중국에서 폭스콘을 통해 아이폰을 생산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한다고 보고 대대적인 지원을 해왔다.
그 결과 폭스콘이 있는 중국 허난성의 정저우는 '아이폰 도시'라고 불리며 세계 최대의 아이폰 제조기지가 됐다. 정저우 공장은 한 때 아이폰 프로 모델의 85%를 생산하기도 했다.
◆ 중국 정부의 코로나 봉쇄에 글로벌 제조업체들 현지 생산에 불안감 커져
그러나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공장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중국 내 스마트폰 공급망이 불안정해졌다.
패트릭 펜필드 미국 시라큐스대학교 교수는 최근 포춘지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주요 스마트폰업체들은 중국에만 공급망을 의존해선 안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이 결정타를 날렸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코로나19가 확산한 때부터 '제로코로나' 정책을 유지해왔다.
주민들은 확진자와 접촉만 해도 오랫동안 자가격리를 해야만 한다. 확진자가 나오면 도시 곳곳에 바리케이드와 장벽을 치는 등 아예 도시를 봉쇄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한다.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돼 지정된 장소에서만 숙식하고 생활해야 했다. 이들 사이에 확진자가 늘어난다는 소문이 돌았고 물자난을 겪기도 했다.
결국 분노한 민심이 폭발했다. 11월 말 정저우 공장 노동자들이 방역당국의 통제에 항거하는 시위를 일으켰다. 이들은 경찰과 무력충돌까지 벌였으며 유리문을 부수기도 했다.
이에 애플의 아이폰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애플에 정통한 애널리스트 궈밍치 TF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022년 아이폰 출하량은 정저우 시위 사태로 1천만 대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상하이 미국 상공회의소의 2022년 10월 설문조사에서도 중국에서의 영업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의 비율은 55%로 1999년 이 조사를 시작한 뒤 최저치를 기록했다.
◆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기지로 부상하는 인도
결국 전 세계 경제규모 3위인 인도가 중국을 대신할 스마트폰 생산 기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는 오랫동안 '메이크 인 인디아' 계획을 추진하며 인도의 제조 역량을 신장시켜왔다.
그런 만큼 인도는 최근 중국에서의 공급망 불안 사태를 '천재일우'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전 세계 공장으로서 중국의 지위가 약해진 틈을 비집고 들어가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공장'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복안이다.
2020년 6월 인도 정부는 66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마련해 스마트폰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업체들을 유치했다.
일례로 인도에 투자한 글로벌기업들은 2019~2020년 스마트폰 생산 대수를 기반으로 향후 5년 동안 인도 내에서 스마트폰을 추가생산할 때 4~6%의 인센티브를 현금으로 지급받는다.
삼성전자 역시 이 지원금 대상에 포함돼 있다. 아울러 인도 정부의 법인세 혜택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인도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 샤오미 등 기업은 이미 인도에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제조공장은 수도 뉴델리의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2014년 인도 내 휴대폰 제조공장은 겨우 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인도는 휴대폰 제조공장 수 기준으로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다.
인도의 인적 자원이 풍부한 점도 스마트폰 기업 유치에 힘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인도의 2020년 평균연령은 29세로 37세인 중국보다 젊다. 게다가 90%의 인구가 글을 읽고 쓸 줄 안다. 젊은 층의 디지털 관련 지식도 높다.
인도의 내수 스마트폰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인도는 전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이며 성장세도 가장 빠른 국가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들의 생산시설 인도 이전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2022년 9월 인도에서 최신 모델인 아이폰14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벤쳐캐피탈 룹벤쳐스는 인도가 2027년 글로벌 아이폰 생산량의 35%를 담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 역시 향후 40~45%의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NBC는 애플이 아이폰뿐 아니라 아이패드 생산시설 일부도 인도로 추가 이전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샤오미, 구글 등 애플의 경쟁업체 역시 앞 다투어 인도에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1~2022년 인도의 스마트폰 생산량은 직전 2년 동안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 점유율을 보여주는 그래프. 중국이 점점 하락하고 인도가 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두 나라 사이 격차는 크다. <카운터포인트> |
◆ 제조강국 꿈꾸는 인도, 과제도 산적
그러나 글로벌 제조공장으로 도약하기에는 인도에 여러 가지 약점이 있다.
우선 아이패드와 같은 첨단 기술이 들어가는 제품을 생산할 숙련공이 부족하다. 또 생산기반 인프라도 열악하다.
더구나 인도는 각 주마다 규제와 행정절차가 달라 공장을 지어 실제 생산에 이르까지는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그에 반해 중국은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제조분야 공급체계를 갖췄다.
이런 점으로 인해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량에 있어 인도와 중국의 격차는 아직 크다. 2021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스마트폰의 67%를 생산했지만 인도는 16%에 그쳤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파이퍼 제프리는 최근 "현재 인도의 아이폰 14 생산량은 아직 5%에 머무르고 있으며 증가 속도도 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 홍 톨레도대학교 석좌교수도 "글로벌 스마트폰업체들이 단 시일 내에 중국 생산에서 탈피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라며 "당분간 기업들이 중국 생산망을 유지한 채로 점진적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최근 방역 반대시위가 시진핑 국가주석 퇴진을 요구하는 정치 시위로까지 비화하자 제로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애플의 생산시설이 있는 정저우시의 방역도 해제됐다.
이에 글로벌기업들의 탈중국화 기류가 진정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