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12-05 16:48:22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LG생활건강은 지난 17년 동안 독보적 실적을 내왔다.
메르스 확산,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국제품 불매운동 등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환경 속에서도 단 한 해도 실적 개선을 멈추지 않았다.
▲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사진)가 북미시장을 겨냥해 내놓을 화장품 브랜드 ‘후’의 리뉴얼 전략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이 그동안의 영광을 뒤로 하고 올해는 18년 만에 실적 개선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의 새 수장에 오른 이정애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내놓을 묘책이 주목되는 이유다.
5일 화장품업계 안팎에서는 이정애 사장이 북미시장을 겨냥해 내놓을 화장품 브랜드 ‘후’의 리뉴얼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로서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시절 ‘후’를 가지고 ‘왕후의 궁중문화’라는 럭셔리 마케팅을 펼친 장본인이다. 이 전략이 먹히면서 ‘후’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 연매출 2조 원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이 때문에 수장이 바뀌었지만 LG생활건강은 효자 화장품 브랜드 ‘후’의 리뉴얼을 통해 북미시장 공략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사장에 앞서 LG생활건강을 18년 동안 이끈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후’ 리뉴얼을 통해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북미 고객들이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적용한 ‘후’의 신규 라인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한 해가 다 지나도록 이와 관련한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차 부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사장은 차 전 부회장의 뒤를 이어 북미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은 그동안 중국을 대신할 시장으로 북미지역을 점찍고 인수합병과 제품 출시 등의 전략을 펼쳐왔다.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매출 비중이 높았지만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정책을 장기간 이어가자 실적이 악화됐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안에서 일고 있는 애국주의 소비 현상인 ‘궈차오’ 흐름도 강해지면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어 LG생활건강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절실해졌다. 이 사장이 추진할 전략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 사장에 앞서 LG생활건강을 이끈 차석용 부회장은 ‘차석용 매직’ 등 여러 수식어구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임기 내내 실적 개선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17년 동안 실적 개선을 이끈 ‘최장수 CEO’의 후임으로 ‘왕관’을 넘겨받은 이 사장이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실적을 내야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다행히 LG생활건강의 내년 실적을 향한 증권업계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 특히 올해 실적이 악화하면서 기저효과로 내년 실적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2023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 원, 영업이익 9200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은 2022년 추정치보다 9%, 영업이익은 20%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중국사업과 면세채널의 실적 호조를 전제로 한 예상치라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LG생활건강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18년 만의 실적 후퇴다.
금융정보분석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G생활건강은 매출 7조3369억 원, 영업이익 7499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매출은 9.3%, 영업이익은 41.8% 감소하는 것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정애 신임 사장은 이달 1일자로 업무를 시작했다"며 "현재 업무보고를 받고 있으며 구체적인 전략 등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