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처음으로 발동될지 주목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피해가 큰 업종부터 선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28일 국토부에 따르면 화물연대와 이날 진행한 첫 협상이 결렬되면서 30일 두 번째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협상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채비도 이미 갖춰준 상태로 화물연대를 향한 압박 수위 또한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열리는 정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한다고 이날 대통령실에서 발표했고 원 장관도 지체없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가 실제로 발동한다면 파업 피해가 큰 업종부터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2차 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전면적으로 모든 산업에 이를 내리기 보다는 피해가 큰 레미콘, 시멘트 업종에 우선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당장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건설업종이 꼽힌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6일 출하 예정이던 시멘트 20만 톤 가운데 2만 톤이 출하되는데 그쳤다. 이런 영향에 따라 건설업계는 곧 레미콘 생산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멘트가 레미콘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지난 27일부터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업무개시명령이란 동맹휴업, 동맹파업으로 국민의 생활이나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것으로 판단될 때 강제로 영업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이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산항이 멈춰선 계기로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이를 운송 사업자나 운수 종사자가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자격 정지 또는 자격 취소의 행정처분도 내려진다.
애초 이번 1차 협상 때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국토부는 기존 정부 의견을 고수하고 조건 없는 파업 철회를 요구하기로 했고 화물연대 측은 조건 없는 파업 철회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27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와 등 철강기업을 방문한 뒤 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들이 하나로 단합해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점에 물류를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화물연대의 투쟁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화물연대 측은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하기로 했지만 이를 번복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5차례에 걸친 실무대화를 거친 이후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 유가 상승에 따른 유가보조금 제도 확대 검토 및 운송료 합리화 지원·협력 등을 뼈대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다만 지난 22일 국토교통부와 국민의힘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일몰제 안전운임제 품목·확대 불가 방안을 내놓았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끔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 한시적으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적용 차종과 품목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 곡물, 택배 지간선 5개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를 3년 더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 노동계와 관계는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전국철도노조도 각각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20년 8월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을 했을 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사례가 있다. 이는 집단 진료 거부에 따른 의료법에 근거해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이다.
당시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전임의들은 의대 정원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다.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지자 많은 의사들이 집단 휴진 결정을 하고 사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다만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은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29일 명령이 떨어진다면 최초로 발동되는 셈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화물연대와 교섭이 결렬된 뒤 “업무개시명령이 즉시 발동되도록 준비를 마쳤다”며 “위기상황이라 지체없이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떠한 실무적 지연이나 장애 없이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