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와 기아는 악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미국 차 시장에서,크게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경쟁에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현대차는 17일(현지시각)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2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6'를 북미 최초로 선보이고 있는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주력 해외시장인 미국에서 내년에도 판매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이 내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높아진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좋았던 미국 자동차 시장의 업황이 내년부터 바뀔수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증권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정상화와 경기 둔화가 시작되며 2022년 9월 미국 자동차 산업 평균 재고가 1년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며 "2023년 판매재고는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자동차 시장에선 코로나19 확산 뒤 최근 2년 동안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완성차업체가 생산 차질을 빚었다. 반면 저금리와 재정 확대정책 기조 속에서 자동차 수요는 급증했다.
이에 자동차업계는 만들기만 하면 팔려나가는 우호적 환경에서 원자재 인상분을 그대로 차값에 전가해 높은 값에 자동차를 팔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장점유율 톱5'를 유지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2분기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조를 이어갔다.
일회성으로 반영된 세타2 엔질 비용을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도 현대차와 기아 모두 분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완성차업체의 생산량이 점차 회복하고 있는데다 미국이 빠르게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면서 자동차시장의 업황도 후퇴하는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생산 정상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각 정부의 금리인상 기조로 인한 자동차 할부 금리의 상승세는 소비자 부담과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특히 미국 시장에서 딜러(대리점)에 주어지는 인센티브(판매장려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인센티브는 기업 사이 가격 경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브랜드 경쟁력을 기반으로 인센티브 상승 폭을 관리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나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완성차업체들이 갖춘 차량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에 진검승부가 벌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정상적 시장상황이 걷히고 그간 완성차업체들이 내놓은 상품들의 경쟁력으로 판매경쟁이 펼치진다는 것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내년 올해보다 쉽지 않은 외부 환경에 놓였는데 특히 2023년 영업이익 규모는 최대 해외시장인 미국에 달려있다"며 "그 동안 현대차그룹이 미국시장에서 보인 성과가 우연이나 반사이익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한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시험대에 진입했다"고 바라봤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해외시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이달 국내 애널리스트 대상으로 진행한 미주 산업 시찰에서 평균판매가격(ASP)이 2018년 2만1천 달러 수준에서 올해 3만4천 달러대까지 상승하는 등 시장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진우 연구원은 "현대차 미국 법인은 생산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기 수요가 강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기아 역시 미국 시장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주우정 기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경기 침체로 시장 수요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브랜드별 인센티브 변별력이 나타날 것"이라며 "기아는 다른 브랜드와 다른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아는 자동차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앞으로 미국 시장 판매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23일 JD파워가 발표한 '2023 잔존가치상'에서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쏘울, K5,프라이드 등이 5개 차급을 석권해 최대 차종 브랜드로 선정됐다.
이 상은 상품성, 품질, 브랜드 인지도, 판매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차 가격과 비교한 3년 뒤 중고차 가격을 산정해 수여한다. 중고차 잔존가치는 미국 소비자들이 차를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에릭 라이먼 JD파워 부사장은 "기아의 성적표는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대변해준다"며 "기아는 디자인과 품질, 잔존가치 측면에서 매우 강력한 상품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무시할 수 없는 강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8월 JD파워가 발표한 2022 미국 기술 경험지수 조사에서는 현대차가 1위, 기아가 2위에 올랐다. JD파워 기술경험 지수는 2~5월 신차를 구입해 90일 이상 소유한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수치다.
JD파워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영향력이 커 2003년 현대차 쏘나타가 JD파워 조사에서 중형차 부분 1위를 차지하자 한 달 만에 미국 판매량이 12% 늘기도 했다.
미국에서 크게 높아진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 가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미국에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미국법인을 총괄하고 있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권역담당 사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는 우려하지 않는다"며 "아이오닉5의 가치가 경쟁 차종보다 7500달러 높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