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파나마운하의 확장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가지 더 생겼다.
글로벌 해운회사들은 운하 확장에 따라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더 큰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두 회사는 상대적으로 운용하는 대형선박이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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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파나마운하가 확장해 개통되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미주 노선에 새롭게 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고 있다.
파나마운하는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운하인데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유일한 지름길이다. 파나마 정부는 9년 동안 운하 확장공사를 실시해 26일 개통했다.
파나마운하는 기존에 4천~5천TEU(1TEU는 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용량)급 이하 선박만 통과할 수 있었는데 이번 확장으로 1만4천~1만8천TEU급 선박도 운항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해운회사들은 최대한 큰 선박에 최대한 짐을 많이 싣고 움직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해운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운항효율을 높여야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라 이곳을 통과하는 미주노선에 기존보다 더 큰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운하 개통에 맞춰 미주노선을 신설해 운항한다. 한진해운은 이 노선에 6500~7500TEU급 선박 10척을 투입한다.
현대상선은 현재 속한 해운동맹인 G6에서 공동운항하는 미주 노선에 1만TEU급 선박 5척을 투입하기로 했다.
G6에 속한 또다른 해운사인 MOL은 5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미주노선에 새로 투입하기로 했고 1만5천TEU급 이상 선박을 주력으로 하는 머스크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운하 확장으로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회사는 다른 주요 글로벌 해운회사에 비해 운용하는 대형선박이 적기 때문에 운항효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현재 초대형 선박으로 분류되는 1만5천TEU급 이상 선박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머스크는 1만8천TEU급 선박을 10척, MSC는 1만9천TEU급 선박을 6척 각각 운용하고 있다. 양밍은 2만TEU급 선박 발주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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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 |
파나마운하를 운항하는 선박이 많아지고 더 큰 선박이 노선에 투입되면서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초대형선박이 없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라 대형 선박이 투입되면서 미주 항로의 공급과잉이 심화할 수 있다”며 “이는 전 세계 해운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해 기준으로 미주노선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했다. 미주노선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하면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라 운임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물동량은 일정한데 무작정 선박 공급을 늘릴 수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 해운회사들이 선박 투입량을 조절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며 “국내 해운회사들도 파나마 운하 확장에 대비를 해 왔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