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전기차 선도업체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기능과 관련한 잡음이 이어지면서 상용화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현대차그룹이 만든 합작사인 모셔널의 아이오닉5 로보택시. <모셔널>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전기차 선도업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데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포함,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어 기술 고도화 과정에서 경쟁력이 부각될 기회를 잡을 수도 있어 보인다.
15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기능의 결함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미국 현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그린힐스소프트웨어 최고경영자(CEO) 댄 오다우드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에 문제점이 많다는 주장을 전했다.
오다우드 CEO는 사비 수백만 달러를 들여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가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로이터는 최근 미국 법무부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기능을 과장해서 홍보했는지와 관련해 형사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테슬라 모델3 소유자는 반자율주행 중 장애물이 없는데도 갑자기 멈춰섰다며 집단 소송을 내기도 했다.
테슬라는 2024년까지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자율주행 차량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논란이 커진다면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규제 당국으로부터 승인받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에서 앞선 테슬라를 추격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논란이 된 테슬라 방식 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방식으로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백업'을 갖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을 국내에서는 최근 인수한 포티투닷를 통해, 해외에서는 앱티브와의 합작사(JV)인 모셔널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포티투닷은 고비용의 라이다와 HD맵 대신 설립 초기부터 테슬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내비게이션 수준의 SD맵(디지털 지도)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해온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갖고 있는 데다 좁은 영토에 수도권 밀집도가 큰 환경은 테슬라와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모셔널은 라이다와 HD맵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카메라·라이다·레이더 등의 센서를 장착한 로보택시를 공개하고 현재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자율주행 시범주행을 진행하고 있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SD맵 중심과 HD맵 중심의 자율주행을 투트랙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해 지더라도 뒤처지지 않도록 기술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잡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2016년부터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가 6단계(레벨0~5)로 분류한 J3016 표준이 글로벌 기준으로 여겨진다. 레벨0~2는 운전자가, 레벨3~5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 주도권을 쥔다.
레벨3는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해 '조건부 자동화'로 불린다. 레벨4는 운전자가 출발 전에 목적지와 이동 경로만 입력하면 되는 ‘고등 자동화’, 레벨5는 운전자가 아예 필요 없는 ‘완전자동화’ 단계다.
현재 테슬라 차량이 장착한 FSD 기능은 자율주행 3단계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아직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은 상용화되지 않아 명확한 비교가 힘들지만 현재 완성차업체 가운데 테슬라가 가장 선도적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자율주행 구현에 있어 연산을 수행하는 목적과 용도가 명확하고, 연산에 쓰이는 데이터가 풍부하며, 원하는 연산의 방식이 명확하며, 이 연산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업체는 현재로서는 테슬라가 유일하다"고 바라봤다.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의 특징은 라이다 없이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카메라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카메라의 2D(차원) 이미지를 3D로 구현하는 기술을 고도화하며 라이다를 활용하는 기술과 차별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가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3차원 정보를 얻는 첨단 센서를 말한다. 고가인 데다 전력소비도 많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초 라이더 전문 업체 루미나의 주식 150만 주를 2천만 달러에 매입해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BMW도 이스라엘 라이다 업체 이노비즈테크놀로지와 협력하고 있으며 GM은 지난해 미국 셉톤과 대규모 라이다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다만 라이다와 함께 HD맵(고정밀 지도)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은 라이다로 차량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으나 HD맵이 있는 곳에만 갈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에도 대부분 자동차업체들이 라이다를 고수하는 것은 카메라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에서 데이터 수집과 학습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다를 장착한 자율주행 기술은 지도를 먼저 만든 뒤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는 차량이 많아지면 데이터가 순환하는 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
반면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는 차량이 많아진 뒤에 지도를 만들어 데이터 순환 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 단점은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에 불확실성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라이다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과 테슬라의 카메라 기반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술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