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산업이 ‘수주절벽’과 구조조정으로 휘청대는 틈을 일본 조선산업이 파고들고 있다.
일본 조선산업은 일본 내부의 발주와 엔저를 발판삼아 한국에 빼앗긴 세계시장 2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일본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이 “공정한 경쟁 조건을 왜곡할 수 있다”며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
|
|
▲ 한국이 수주잔량에서 일본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조선소들은 최근 엔저를 등에 업고 수주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일본 내부의 발주도 늘어나 일본 조선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해운시장이 크기 때문에 상당한 물량이 일본 내부에서 나온다”며 “일본 내부의 선박 건조에 최적화된 설계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일본 조선소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 시황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한국의 수주잔량은 2554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 일본의 수주잔량은 2228만CGT다. 양국의 차이는 326만CGT에 불과한데 이는 2003년 8월 말에 기록한 259만CGT 이후 가장 적은 격차다.
한국은 1999년 12월 말에 수주잔량에서 일본에 2만1000CGT 앞선 이후 17년째 우위를 지키고 있다.
조선업이 한창 호황이던 2008년 8월 말에는 한국과 일본의 수주잔량 차이가 지금의 10배 수준인 3160만CGT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 지금과 같은 ‘수주 절벽’이 지속될 경우 한국이 수주잔량에서 일본에 추월당할 지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한국의 수주량이 일본보다 많았기 때문에 선박 인도량도 한국이 많다”며 “그런데 올해 들어 한국의 수주량이 일본보다 적어지면서 수주잔량의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안에 두 나라의 수주잔량 순위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도 문제삼기 시작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무라야마 시게루 일본 조선공업회 회장은 21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공정한 경쟁 조건을 왜곡하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민간단체가 한국 조선업 구조조정을 언급하며 ‘통상마찰’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무라야마 회장은 “한국은 조선소 규모가 크고 고용문제가 걸려 있어 국가적 지원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장 원리를 왜곡하려 한다면 문제가 있다”며 “올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전문위원회(WP6)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WP6 회의에서도 한국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에 밀렸다고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보다 일본이 한국에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