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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신냉전은 태양광에게 대기회, 한화솔루션 OCI 때가 왔다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2-11-1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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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신냉전체제의 국제정세는 경제질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존 형성된 글로벌 분업구조의 변화와 소비시장의 상실로 피해를 보는 산업이 많아질 수 있다.

하지만 신냉전 질서가 기회로 작용하는 산업도 있다. 국내 태양광산업도 그 중 하나다.

신냉전 영향이 가장 피부로 와 닿는 부분은 에너지 공급망 충격이다. 석유와 가스 생산량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러시아산 자원의 공급 제한으로 유럽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덩달아 세계 에너지 시장도 요동친다.

이런 상황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유인이 된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업계에 유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럽에서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태양광과 풍력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태양광은 풍력은 각각 장단점이 있는 발전방식이지만 당장 발에 불이 떨어진 시급한 상황에서는 태양광이 확실히 더 이점이 많아 보인다. 풍력에 비해 건설 기간이나 비용이 적고 심지어 가정집이나 빌딩에도 소규모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 태양광이 풍력보다 조금은 더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에너지 공급망과 같은 문제는 어쩌면 일시적일 수도 있는 사안이다.

신냉전질서가 태양광업계에 미치는 더욱 장기적 영향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세계의 중국 견제, 혹은 배제 기조다.

글로벌 태양광산업을 들여다보면 밸류체인별로 중국기업들이 과반을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태양광 밸류체인은 크게 업스트림, 미드스트림, 다운스트림으로 나뉜다. 업스트림은 태양광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폴리실리콘을 가공해 잉곳, 웨이퍼로 만드는 데까지다.

폴리실리콘은 모래에서 추출한 기초 소재인데 일반 실리콘에 비해 감광성이 높고 불에 잘 견디는 내화성이 뛰어나 태양광전지의 핵심 기초소재로 활용된다. 폴리실리콘 사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데다 진입장벽도 높은 분야라 과점 시장이 형성돼 있다.

폴리실리콘을 녹여 원기둥 모양으로 만든 게 잉곳이다. 그리고 잉곳을 얇게 절단해 만드는 게 웨이퍼다.

업스트림 부문이 소수업체의 과점 시장인 데 반해 미드스트림 부문인 셀과 모듈 부문은 경쟁강도가 높은 편이다.

업스트림 부문에서 나온 웨이퍼를 가공해 만드는 게 셀입니다. 셀은 결국 전지다. 셀이야말로 태양광 발전의 첫 시작인 셈이다. 

셀을 여러 장 모아서 판 형태로 만든 게 태양광 모듈입니다. 셀을 늘려 모듈로 만들면 발전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더 유용해진다.

마지막으로 다운스트림 영역은 태양광발전 시설을 만드는 시공과 그 뒤의 유지보수, 태양광으로 전력을 실제 생산해 전기를 파는 사업까지이다.

각 밸류체인별 국내 기업 현황을 살펴보면 먼저 OCI가 앞 단의 업스트림 사업을 한다. 원천기술을 통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과거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했던 웅진에너지는 안타깝게도 파산하고 말았다.

한화솔루션과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셀과 모듈을 모두 제조한다. 신성이엔지는 모듈을 제조한다. 

LG그룹은 셀과 모듈 사업을 했지만 올해 초 철수했다.

시공과 유지보수 부문은 한화솔루션과 현대에너지솔루션이, 전력 생산은 한국전력 등이 담당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태양광업계에서 밸류체인을 연결하는 수직계열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만 하더라도 셀, 모듈, 시공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업스트림 쪽의 폴리실리콘도 일부 내재화했다.

이는 태양광산업에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기업들이 각 밸류체인에서 지배력이 매우 높은 데다 수직계열화에서도 앞서 있다는 점이 눈에 걸리는 부분이다.

가령 중국의 융기실리콘자재는 웨이퍼, 셀, 모듈, 시공에 이르기까지를, 통위는 폴리실리콘, 웨이퍼, 셀, 모듈에 이르기까지를 모두 아우른다.

난공불락과 같은 중국기업의 태양광 시장 지배력에 틈을 만들고 있는 게 신냉전체제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좋은 공략 지점이 될 수 있다.

최근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법도 신냉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법안의 문자적 의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다는 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막대한 지원, 그리고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완화법의 직접적 수혜기업으로는 한화솔루션이 꼽힌다. 지난해 미국 태양광모듈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점을 보면 미국시장에서 입지가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에 발맞춰 미국 현지 생산시설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가동하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는 2천억 원을 투입해 생산능력을 키우고 텍사스주에 약 2조5천억 원 규모 공장 신설도 진행하려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정부가 태양광산업에 지원을 늘리고 또 태양광 도입을 확대한다는 방향성을 확실히 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의 전망을 밝게 보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OCI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폴리실리콘 생산에 전기가 많이 쓰이는 만큼 전기료는 원가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은 값싼 전기를 통해 그동안 폴리실리콘 시장을 장악해 왔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이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이 지역에서 만든 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입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권 문제 자체도 중요한 사안이겠지만 이를 신냉전체제의 한 단면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중국기업의 폴리실리콘을 제한하는 조치는 자연스럽게 이들과 경쟁 관계인 OCI 등에는 호재다. 현재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중국기업을 제외하고 살아남은 곳은 OCI를 비롯해 극소수다.

이와 별도로 중국이 전력난을 겪으며 폴리실리콘 공급이 일정 부분 줄어든 점도 OCI에게 긍정적일 수 있다. 중국 내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이 전력난으로 가동 중단된 일이 있었는데 글로벌 폴리실리콘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OCI는 올해 2월 국내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전량을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그 이유가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OCI가 말레이시아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되는데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10여 년 전 태양광 사업은 국내 기업들에게 돈을 쓸어 담는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중국기업들의 맹렬한 시장 잠식으로 어느 새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많이 좁아졌다.

이제 탈탄소라는 거대한 흐름과 함께 신냉전체제에 따른 중국 견제 기조에 힘입어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다시 날아오를 기회가 마련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중국기업들은 여전히 매우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지난 십수 년간 중국기업들의 맹렬한 기세에서도 살아남은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신냉전체제에서의 기회를 잘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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