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윤문재 커리어케어 PEPG 본부장, 윤승연 인사이트 본부장, 이영미 글로벌 본부장, 송현순 헬스케어 본부장, 장대훈 파이낸스 본부장.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속속 2023년 임원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기업들의 인사는 내년도 우리 경제의 전망과 맞닿아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2023년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악재로 경제위기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인재전략을 구상하고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는 7일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헤드헌팅 본부장들로부터 2023 임원 인사 트렌드를 들어보았다.
◆ 속도: 빨라진 인사 시기와 빨라진 임원 승진
헤드헌팅 본부장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예년에 비해 앞당겨진 인사시기다. 과거 연말 연초에 시행된 주요그룹 임원 인사는 해마다 조금씩 앞당겨져 왔다. 올해에는 한화, CJ, 신세계 등 주요 그룹들이 10월로 조기 인사를 실시했고 LG와 롯데도 11월 임원 인사 발표를 앞두고 있다.
커리어케어 헬스케어본부장인 송현순 부사장은 "내년에도 한동안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전략을 새로 짜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임원승진 시기가 빨라지면서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올해 3월 네이버는 1981년생 최수연 대표를 선임했다. CJ그룹이 임원 인사에서 발탁한 임원 44명의 평균 나이는 45.5세였다. 젊은 간부들을 대거 끌어올린 것이다.
PEPG본부장을 맡고 있는 윤문재 부사장은 "주요기업들이 80년대생 젊은 임원들을 대거 발탁하고 있는데 MZ세대 임원들로 선수를 교체해 경영 전반에 젊고 역동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윤 부사장은 "오너 2세, 3세가 경영전면에 나서기 위해서라도 임원진 연령대를 낮추는 흐름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성과주의: 성과 중심 발탁승진, 직급체계는 간소화
글로벌본부장 이영미 수석부사장은 "과거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등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직급체계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직급을 과감할 정도로 축소하거나 아예 포지션 중심 명칭으로 통합하는 추세"라며 '연공서열의 폐지'를 올해 인사의 주요 포인트로 짚었다.
SK그룹은 2019년부터 상무·전무·부사장을 부사장으로 통합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 임원 직급을 기존 5단계(상무보-상무-전무-부사장-사장)에서 4단계(상무-전무-부사장-사장)로 줄인 데 이어 올해에는 아예 임원 직급 자체를 없앴다. 대신 실장, 본부장, 담당이라는 직책으로 부른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임원 직급을 통합해 일괄적으로 '경영 리더'로 분류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전무와 부사장을 부사장으로 통합했다.
이영미 수석부사장은 "현재 직급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성과를 낸다면 앞선 직급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임원으로 발탁할 수 있다는 것으로 철저히 성과만을 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변화를 더 뚜렷하게 보여주는 곳이 신세계다. 신세계 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에 성과주의를 철저히 적용했다. 실적에 따라 과감한 교체와 승진 인사를 실시한 것이다.
파이낸스본부장 장대훈 전무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유능함의 의미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전무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동안 기업공개를 성공시키는 CFO가 유능하게 평가돼 왔지만 최근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을 구해올 수 있는 CFO가 인기"라며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성과의 의미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 외부수혈: 사업 전략/기획 혁신 위해 순혈주의 타파
시장변화에 따라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외부에서 임원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그룹의 전통적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호텔롯데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수장 자리에 경쟁사 출신을 영입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초 임원급 인재 영입을 전문으로 하는 헤드헌터도 채용했다.
인사이트본부장 윤승연 부사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임원의 모습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며 "기존 임원들만으로는 현재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업 내에 외부 임원 영입을 위한 전문조직을 설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너 일가 출신 CEO는 16.2%(99명)로 10년 전보다 8.3%포인트 감소한 반면 외부 영입 CEO는 30.1%(184명)로 5.6%포인트 늘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