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2-10-27 15: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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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 먹통 사태 피해 보상안을 두고 이용자 만족과 주주 반발 사이에서 고심이 깊은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보상 딜레마'의 난제를 풀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홍 대표는 정부가 제시하는 보상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용자와 주주 모두의 불만 섞인 시선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정부와 I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피해를 본 이용자를 위한 보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무료서비스 장애에 대한 피해 보상 선례가 없어 기준 마련에 고심하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고민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부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기관들과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에는 부가통신서비스 업체의 장애로 인한 피해보상 규정이 없다. 각 기업의 약관에 의해서 주로 보상이 이뤄진다.
문제는 이번 카카오 서비스 장애의 경우 무료서비스 이용자들이 입은 피해도 상당한데 무료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약관 자체가 없다는 데 있다.
카카오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무료서비스 이용자 보상기준 마련을 위해 사고 발생 직후부터 피해사례 접수를 받고 있다.
홍은택 대표는 19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유료서비스 보상은 기준이 명확해서 각 회사별로 보상을 실행하고 있지만 무료서비스 이용자는 선례도 기준도 없어 다양한 사례를 보고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역시 24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무료서비스 보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선례가 없어 피해사례를 접수받고 정리하는 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대표 단체 등과 빠르게 협상을 하겠다”며 보상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홍 대표는 무료서비스 이용자 보상을 놓고 이용자와 주주를 모두 만족시킬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무료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터무니없는 보상안을 제시하거나 약관을 들어 전혀 하지 않으면 서비스 장애 기간 영업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과도한 보상을 할 경우에는 재무적 부담이 늘어나 실적이 악화하는 만큼 주주들의 원성을 사게 될 공산이 크다.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도 부담이다.
특히 올해 들어 카카오 계열사 주가가 전체적으로 하락하며 주주들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홍 대표는 '통 큰' 보상을 쉽사리 결정할 수도 없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무리한 보상을 실시해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면 경영진들이 배임 혐의로 고발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홍 대표에게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보상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탈출구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참고자료가 되겠지만 이용자와 주주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운 카카오로서는 설득의 구실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로 발생한 피해보상 사례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KT는 통신서비스 장애 자체에만 보상 의무가 있고 서비스 장애로 인한 간접 피해에는 보상 의무가 없었다. 그러나 카드결제가 막혀 손님을 놓친 자영업자들이 반발하자 정확한 피해액 산정이 어려움에도 이들에게 최대 120만 원까지 일괄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했다.
정부가 이 사례를 가져와 보상금을 책정할 경우 카카오의 재무적 부담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고는 KT 아현지사 인근 지역으로만 피해가 한정됐으나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는 전국적으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가 없어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