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 부진에 이어 반도체 시설투자 축소 계획을 내놓은 것은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견제 때문이라는 중국 관영매체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규제 강화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전 세계 반도체기업에 폭넓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 중국 관영매체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과 투자 축소는 미국 반도체 규제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7일 “전 세계 반도체기업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워졌다”며 “매출 감소와 미래 사업 불확실성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SK하이닉스가 26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반도체 시설 투자에 관련한 불확실성을 언급한 점을 대표적 예시로 들었다.
3분기 SK하이닉스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직전 분기보다 크게 줄었다. 거시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공장에 주요 장비를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정부의 새 규제가 1년의 유예기간을 지나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면 매우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 정부가 이미 경제상황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기업에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이 미국 규제로 중국에 투자 중단을 검토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IT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SK하이닉스의 콘퍼런스콜은 반도체기업들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실제로 증명한 것”이라며 “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에 생산라인을 투자하기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전문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벽돌로 쌓은 건물과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규제로 일부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면 업계 전체가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만 TSMC와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도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로 악영향을 받게 될 대표적 기업으로 제시됐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규제가 반도체 및 관련업체들에 갈수록 큰 혼란을 빚게 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기업이 손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정작 중국 기업은 미국 정부의 규제로 예상보다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중국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체할 수 없는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장벽을 돌파하는 일은 시간 문제”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