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금액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적기인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 사장은 적기 인도로 대금을 받아 자금난의 숨통을 틔우려고 하지만 발주처에서 인수를 연기하는 경우도 있어 만만찮은 시련에 부딪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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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건조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적기인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생산공정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강력히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최근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2척을 6월 말까지 인도하기 위해 아프리카 영업담당 임원을 현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에 12억 달러 규모의 소난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애초 이 프로젝트를 지난해 12월 인도하려고 했지만 발주처가 인도연기를 요구해 6개월 인도시점이 늦춰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인도시점에 잔금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를 수주해 선수금조로 20%만 받았다. 정 사장이 소난골 프로젝트의 인도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나머지 잔금 80%(약 1조1100억 원)를 확보할 수 있다.
정 사장은 이 대금을 받으면 회사채와 단기차입금 상환, 임직원 임금 지급, 건조자재 구입, 협력업체 납품대금 지급 등에 쓸 것으로 보인다. 또 현금흐름에도 숨통이 트여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자구안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발주처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수주시점 연기를 요청하고 있어 영업담당 인원이 계속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소낭골 프로젝트는 건조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선주측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정확한 인도시점을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6월 말까지 미주지역 선사에게 드릴십 1기를 인도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계약금액은 모두 5630억 원 규모인데 선주가 대우조선해양의 자금사정을 고려해 이미 대부분을 선지급했다.
대우조선해양은 6월 기준으로 올해 총 7기의 해양플랜트 인도를 앞두고 있다. 7기의 계약금액은 모두 6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이 나머지 해양플랜트를 모두 제때 인도하면 이미 받은 선수금을 제외하고 올해 모두 1조5천억 원~2조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발주처의 사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5월 말에 드릴십 1척과 시추설비 1기의 인도시점을 선주와 합의해 연기했다. 계약금액 기준으로 1조1300억 원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프로젝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저유가 등에 따라 선주도 천천히 인도받기를 원하고 있어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월에 드릴십 2척의 인도시점을 2019년 이후로 미뤘다. 3월에도 초대형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의 인도시점을 반년 가량 미루는 등 해양플랜트의 적기인도에 애를 먹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예정된 7기의 해양플랜트를 제때 인도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에 따라 발주처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인도시점을 연기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며 “프로젝트를 제때 인도하지 못하면 자금유입이 없어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