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2-10-18 13: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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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 먹통’ 사태로 데이터센터도 정부의 감독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기업들이 규제 반대 논리로 내세운 근거 가운데 하나가 이미 데이터 보호를 위한 조치를 마련해 놓았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그 주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카카오는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 공동 센터장이자 카카오 각자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꾸렸다. 사진은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18일 국회 등 정치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립하는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의 대상을 기간통신사업자와 지상파방송사, 종편방송사업자로 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부가통신사업자도 포함하는 내용으로 법안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부는 2020년 추진했다 무산된 법 개정안을 재발의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16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이미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2020년 발의됐던 개정안과 같은 내용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데이터센터 안전에 대한 입법대책을 만들겠다고 발언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2년 전과 달리 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 더해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임차해 사용하는 IT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도 발의됐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기업에는 의무가 없다며 개정안을 제출했다.
변 의원이 낸 개정안을 보면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빌려서 사용하는 기업들에도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보호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과기부 장관이 정기적으로 보호조치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도록 했다.
IT기업 입장에서는 2년 전보다 규제의 강도가 더 심해진 것이다.
정부는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사건으로 KT망에 통신장애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자 2020년 데이터센터를 정부의 통신재난방지관리 대상에 포함해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하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업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개정안에는 데이터센터에 재난이나 장애 발생 시 사업자는 관련 내용을 정부에 보고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매출의 최대 3%를 과태료로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IT업계는 정부가 데이터센터 감독을 명분으로 내부 정보까지 들여다보면 기업들의 영업비밀이 공개되고 정보보안이 훼손돼 이용자들의 사적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또한 데이터센터에 저장된 데이터의 보호조치는 이미 마련됐으니 중복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과기부는 당시 IT업계가 제기한 우려에 대해 “재난 발생 시에만 데이터센터 정상운영 여부를 관리·감독해 사적 정보 침해는 없고 데이터센터의 재난과 장애는 국민에 큰 피해를 주는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했지만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먹통 사태 이후 카카오가 내놓은 부실한 해명은 데이터센터 보호조치에 대한 논란을 키웠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16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화재는 예상을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화재발생이 재난 시나리오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어떤 것이 위기관리 대상이냐”, “화재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 뻔뻔한 것 아니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정부로부터 주파수 할당과 허가를 받아서 사업을 하는 기간통신사업자와 데이터센터 사업자 등 부가통신사업자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카카오 통신망은) 민간기업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기간 통신망과 다름없다”며 “지금 국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니 필요 제도를 정비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카카오 먹통 사태 후폭풍으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구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온라인플랫폼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제정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 표준계약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입점업체에 대한 구매 강제·경영 간섭 등을 규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형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갑횡포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