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2-10-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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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에서도 자동차 옵션까지 구독료를 내고 구매하는 시대가 곧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자동차 옵션 구독형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해외에서 먼저 구독 서비스를 펼치던 수입차 업체들도 잇달아 국내에 옵션 구독 서비스를 속속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의 편의사양은 물론 각종 성능과 관련한 기능까지 구독료를 내고 구매하는 시대가 곧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펌웨어 업데이트가 최초로 적용된 제네시스 GV60. <현대차>
자동차 무선 업데이트(OTA) 기술 발전 등으로 차량 성능 향상을 위한 부가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자동차 옵션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자동차 이용 구독 서비스(Vehicle Subscription)와는 별개로 자동차 내의 특정 기능을 구독(Function on Demand, FoD)하는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세계 전기차시장 선두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7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인 '풀 셀프 드라이빙(FSD)' 서비스를 월 199달러(약 28만 원)에 사용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를 내놨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해 10월 구독 비즈니스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뒤 차세대 반자율주행 시스템인 '울트라 크루즈'를 2023년 구독 서비스로 출시한다.
볼보도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라이드 파일럿'의 안전성 검증 과정을 거쳐 앞으로 출시될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에서부터 구독 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플레그십 전기 세단 EQS의 후륜조향장치 기능을 이미 구독 서비스로 시범운영하고 있다. 후륜조향장치 기능 서비스를 구독하면 기본 4,5도 조향할 수 있는 조향각이 최대 10도까지 확대된다.
이런 글로벌 시장의 추세와 달리 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음악프로그램 등을 제외하고는 지금껏 옵션 구독서비스 도입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시장을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내년부터 옵션 구독형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국내에도 폭넓은 옵션 구독형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13일 온라인으로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 행사를 열고 2023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가 가능하도록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는 크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SOTA)와 펌웨어 업데이트(FOTA)로 나뉜다.
소프트 업데이트는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의 업데이트로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만 펌웨어 업데이트는 차량에 적용된 여러 제어기를 업데이트하는 기술로 지난해 제네시스 GV60에 국내 시판 차량 가운데 최초로 적용됐다.
펌웨어 업데이트를 활용하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전기차 주요 부품인 차량의 동력 성능(VCU), 브레이크(IEB), 스티어링(MDPS), 전자제어 서스펜션(ECS) 등 차량 전반에 걸친 성능 및 기능을 새차처럼 개선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 구독형 서비스를 내년부터 일부 차종에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적절한 옵션 구독형 서비스 형태를 마련한다면 소비자와 완성차업체 모두 효용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옵션 구독형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정 기능을 탄력적으로 이용하며 차량 옵션과 관련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기업은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면서 매출 확대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하지만 벤츠 EQS와 같이 이미 하드웨어가 장착돼 있음에도 구독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을 제한하는 서비스 방식을 놓고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장대석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산업에서 구독경제의 득실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옵션 구독 서비스의 성패는 상품성, 기술, 소비자 수용성 등에 달려 있다"며 "이미 장착된 기능을 유료로 이용해야하거나 첨단안전운전자보조시스템 등 자동차 안전과 관련된 기능이 구독서비스로 등장한 때는 서비스의 경제성과 별개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BMW코리아가 자사 공식 홈페이지에 편의사양 옵션의 월 구독 서비스를 안내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월 구독료 기준 운전석·조수석 열선시트 2만4천 원, 열선핸들 1만3천 원, 하이빔 어시스턴트 1만1천 원 등으로 소개됐다.
이를 놓고 소비자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BMW코리아는 "홈페이지 안내는 본사 사이트와 연동돼 표시된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열선시트를 구독 서비스로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옵션 구독형 서비스는 차량 옵션 선택 부담을 낮춰 전기차 확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전기차는 주로 차량 가격 기준으로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자동차 옵션 구독형 서비스를 통해 차량 구매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보조금 대상이 되는 전기차 대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형기 현대차그룹 전자개발실장 상무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자동차 옵션 구독 서비스는 고객이 기능을 원할 때 구입해 이용하고 기능을 원하지 않을 때는 추가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다른 회사의 사례에서 서비스 방식이 일부 논란이 있었는데 어떤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지 고객 선호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