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솔루션 태양광부문(한화큐셀)은 12일 충북 진천군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 탑콘 셀의 2023년 4월 상업생산, 2026년 6월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 양산 등을 담은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사진은 한화큐셀 진천공장 모습. <한화솔루션> |
[비즈니스포스트] “어떻게 하면 중국 경쟁사들과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은식 한화솔루션 태양광부문(한화큐셀) 제조본부 한국공장장은 12일 열린 충북 진천공장 현장 방문행사에서 기존 태양광 셀보다 발전효율을 높인 차세대 제품들의 구체적 청사진을 발표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뛰어난 차세대 태양광 셀 제품 기술로 중국이 쌓은 ‘태양광 만리장성’을 허물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태양광 셀 원재료 생산능력과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내놓은 분석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은 2019년 기준 폴리실리콘 63%, 잉곳과 웨이퍼 95%, 셀 79% 등을 점유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이번 행사에서 탑콘(TOPCon) 셀을 2023년 4월부터 상업생산한 뒤 2026년 6월부터는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도 양산하겠다는 기술 로드맵을 내놨다.
탑콘 셀은 기존 태양광 셀 후면 기판과 전극 사이에 전기가 통과할 수 있는 얇은 산화막이 추가되는 것을 말한다. 셀 구조상 기판과 전극의 직접적 접촉 비율을 0%로 만들어 발전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글로벌 태양광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퍼크(PERC) 셀의 발전효율이 22~23%인 것과 비교해 한화큐셀이 개발하고 있는 탑콘 셀의 발전효율은 24~25%로 더 높다.
한화큐셀의 한 관계자는 “얼핏 태양광 셀 발전효율 1%포인트 상승이 별로 커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전체 태양광 발전효율이 4% 이상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발전산업에서 이 정도 효율 차이는 굉장히 큰 개선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큐셀은 탑콘 셀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탑콘 셀 개발 시작이 다른 기업들보다 1~2년 정도 늦었지만 이미 발전효율뿐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한화큐셀에 따르면 중국 경쟁사들이 개발하는 탑콘 셀 발전효율은 23~24%인 반면 한화큐셀은 현재 시양산하는 제품이 24.3%를 보였고 2023년에는 발전효율 목표를 24.85%로 잡고 있다.
▲ 한화큐셀 셀 제조공정 모습. 한화큐셀은 이 셀 제조공정에 4~5개 공정을 추가해 기존 퍼크 셀을 개선한 탑콘 셀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
탑콘 셀 다음의 차세대 태양광 제품인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은 상부 셀과 하부 셀을 연결해 제작된다.
상부 셀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등 단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하부셀에서는 실리콘이 적외선 등 장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모든 영역 대의 빛을 흡수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의 이론적 한계 발전효율은 44% 수준이고 실제 양산 과정에서 35%까지 발전효율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한화큐셀은 기대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2023년 4월 탑콘 셀 양산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진천공장에서 매년 300MW 용량의 탑콘 셀 시험생산(파일럿)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축구장 26개 규모에 이르는 한화큐셀 진천공장은 2016년 1월 가동을 시작해 현재 4.5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셀 12개 생산라인, 1.6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8개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4.5GW는 720만 명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규모다.
진천공장 내부에 길게 늘어선 대규모 생산라인에서는 100% 자동화한 설비를 통해 태양광 셀이 생산됐다.
특히 현재 주력제품인 퍼크 셀을 생산하는 라인 옆에 탑콘 셀을 생산하는 시험생산 라인이 동시에 가동되고 있었다. 탑콘 셀을 생산하는 설비들은 기계 외부가 한층 더 깨끗해 새로 들여온 설비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기존 퍼크 셀은 입고된 웨이퍼의 스펙 검사를 시작으로 모두 크게 공정 10개를 거쳐 생산된다.
한화큐셀은 진천공장에서 기존 퍼크 셀 생산라인과 탑콘 셀을 생산하는 라인이 일부 공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탑콘 셀을 생산하는 데에는 기존 퍼크 셀 생산라인에 4~5개의 공정을 추가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비용 측면에서 중국 업체들보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경덕 한화큐셀 운영팀장은 “탑콘 셀 제조 공정은 기존 퍼크 셀 제조공정과 호환성이 높다"며 "이미 대규모 퍼크 셀 제조라인을 보유한 진천공장에서 탑콘 셀을 제조하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 생산된 태양광 모듈(왼쪽), 한화큐셀이 개발하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시제품.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솔루션> |
태양광 셀 생산공정 후반부에서 양품이 되지 않은 태양광 셀을 직접 만져볼 기회를 가졌다.
직접 만져본 태양광 셀은 매우 얇았는데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부스러질 정도로 얇아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한화큐셀 진천공장 태양광 셀 생산의 양품비율은 99%에 이르는데 이는 높은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자동화 공정 덕분이다.
한화큐셀 다른 관계자는 “각 기업들은 생산 지역의 인건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태양광 셀 생산에서 설비 자동화율을 결정하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한화큐셀 진천공장 셀 생산라인은 100% 자동화 공정으로 이뤄지는데 비용 측면을 떠나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경쟁력이다”고 설명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생산과 관련해서도 한화큐셀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2025년 시험생산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 1개의 시험 연구개발(R&D)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3월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HZB)와 협력해 현재 개발하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의 최대 발전효율 28.7%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태양광 셀 발전효율이다.
한화큐셀은 진천공장에서 생산한 차세대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3년 탑콘 셀 양산을 위해서는 1300억 원을 추가 투자한다.
한화큐셀은 탑콘 셀 양산을 통해 진천사업장의 태양광 수출금액이 올해 1조7천억 원에서 내년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미 선도적 입지를 구축한 미국 태양광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주거용은 4년 연속, 상업용은 3년 연속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한 탑콘 셀을 활용해 만든 고효율의 제품으로 미국의 주거 및 상업용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며 “탠덤 셀 연구개발에도 집중해 미래 태양광 시장에서도 기술격차를 통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