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장비 수출을 제한하면서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을 제외한 것은 미국의 압박이 그만큼 현실성 낮은 전략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중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 및 장비업체들이 미국의 요구에 맞춰 중국과 반도체 공급망 단절을 시도하는 일은 자충수에 해당할 수밖에 없어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 미국이 중국 반도체장비 수출규제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는 일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라는 중국 관영매체의 해석이 나왔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3일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공장 장비 도입과 관련해 미국에서 1년의 유예기간을 받았다”며 “미국의 강력한 규제가 쉽지 않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중국에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원천적으로 수출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도입했다.
중국에 반도체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도 미국 규제에 영향을 받아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1년 동안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중국에 반도체장비를 사들여 반입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면제조치를 받았다.
다만 유예기간이 지난 뒤에는 미국 정부에서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만 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반도체기업을 대상으로 한 면제조치가 결국 미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현실적으로 시장에 자리잡기 어렵다는 근거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단기간에 미국 요구에 맞춰 중국과 반도체 공급망을 단절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면제조치 결정에 반영되었다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중국과 협력하고 있는 국가들을 중국에서 몰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의 규제가 결국 자충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장비 전문기업들도 중국 고객사들에 상당한 매출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라 실적에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미국 정부 규제가 한국 반도체기업과 미국 장비업체들에 모두 큰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중국 관련된 사업을 축소하는 수순을 밟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에 따른 악영향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뚜렷하지 않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중국 압박을 넘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확대를 유도하려는 의도를 이번 규제조치에 담았다고 해석했다.
바이든 정부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위기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반도체업계 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지난 4년 동안 이어졌던 미국 정부의 압박은 중국 반도체산업 발전을 막는 데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규제가 발표된 뒤 미국의 시도는 전 세계 기술 교류와 발전을 방해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기술을 정치화하고 무기화하려는 시도는 결국 미국 스스로를 해치는 결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