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10-12 15: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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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에서 시행할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제재에 긴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일단 1년의 유예기간을 얻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현지 사업 전략을 근본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사업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국 공장의 생산비중을 점차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다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중국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생산라인 조정이나 점진적 생산량 축소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KLA가 중국 반도체 공장에 납품을 중단하는 등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상무부와 협의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장비를 1년 동안 미국의 별도 허가 없이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년 뒤에는 장비 반입을 위해 미국의 개별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반도체 생산의 상당부분을 중국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자사 낸드 생산량의 38%를 만든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자사 D램 가운데 50%를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유예기간이 끝난 1년 뒤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면 반도체 생산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의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며 “다만 개별 심사로 어떤 장비가 수출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규제당국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에 차질이 당장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중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돼 리스크가 커진 만큼 한국 반도체기업의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미 점진적으로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운영하던 공장은 계속 줄어 현재 시안 반도체 공장과 쑤저우 가전 공장, 반도체 후공정 공장만이 남았다. 2017년까지 3만 명대 중반을 유지하던 삼성전자의 중국 임직원 수도 현재 2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해외 시장조사기관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만 트렌드포스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 조치는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자회사 솔리다임)의 다롄 낸드 공장의 마이그레이션(새로운 운영체제로 변화)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D램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는 향후 10년 동안 자국 생산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다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완전한 탈중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최대 수요처이기 때문이다.
2021년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 본토 비중은 39%이고 홍콩을 포함하면 60%까지 늘어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중국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과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공장 운영 방식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의 중국 수출이 미국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중국에서는 성숙(레거시)공정을 위주로 가동하고 한국 반도체공장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는 첨단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없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국내 이천 캠퍼스에만 EUV 노광장비를 도입한 상태다. 삼성전자 중국 낸드플래시 공장 라인도 EUV보다 한 단계 아래로 평가되는 불화아르곤(ArF) 노광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D램 공장에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반입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아직 EUV 공정은 전체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며 “향후 미국-중국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를 확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