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좋은 실적 흐름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가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주가부양을 위해 다시 한 번 자사주 소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하나금융지주가 4월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데 이어 하반기 또 자사주 소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6월29일 3만 원대로 떨어진 뒤 3개월 넘게 4만 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4월과 5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과 맞물려 4만 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6월 말 3만 원대로 내려앉았고 이후 3만 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함 회장이 3월 취임할 때만 해도 하나금융지주 주식은 4만9천 원에 사고 팔렸다.
하나금융지주 실적에는 문제가 없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은행권은 금리상승의 수혜를 받고 있으며 하나금융지주도 올해 3조 원 넘는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지배주주순이익 3조5766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과 비교해 1.4% 증가하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순이익이 1.4% 줄었으나 하반기에 순이익 감소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7274억 원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에 1846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우려만큼 크지 않고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 유가증권 관련 손실도 제한적이다"며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보여 3분기 순이익은 1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바라봤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진 대규모 횡령 사건이나 이상 외환거래 등 사건 사고에 크게 연루되지 않으면서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이미지에 타격을 받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점도 주가에는 딱히 도움이 못 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당장은 은행의 실적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장기화 되면 높아진 이자 부담에 상환이 어려워지는 취약차주들이 늘어나 부실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물가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생활비 증가로 이어지고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취약차주는 대출금과 이자 상환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예대금리차공시 등으로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어 이와 같은 여러가지 상황을 반영해 은행주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한번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7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에도 자사주를 소각했고 남은 자사주도 하반기 주가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소각을 염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사주 소각은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의 하나로 꼽힌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인 뒤 소각하게 되면 발행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주식 1주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자사주 소각은 배당금과 달리 주주들이 세금을 낼 필요도 없다.
자사주 소각은 투자자들에게 경영진의 주가부양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지주가 6일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NH투자증권은 “당장의 수급보다는 경영진의 주주환원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자사주를 1500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어 자사주 소각 결정에 따르는 부담도 적다. 따로 자사주 매입을 위해 자금을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019년 6월 3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고 올해 4월 1500억 원어치를 소각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자사주를 소각한 건 2005년 지주사가 세워진 뒤 처음이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