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회장이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을 앞세워 한라그룹 지주사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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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영 한라그룹 상임고문 |
정몽원 회장이 한라그룹의 지주사로 출범할 한라홀딩스 사내이사에 임기영 그룹 고문과 함께 선임될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만도의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과 임 고문이 사내이사로 등재되면 임 고문이 대표이사 자리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홀딩스는 오는 9월 출범을 앞둔 한라그룹의 지주회사다. 만도는 오는 9월1일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으로 분할해 재상장된다.
임 고문은 ‘증권맨’ 출신으로 향후 한라홀딩스의 수장을 맡아 지주사체제 안착을 위한 계열사 지분정리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임 고문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장기신용은행, 뱅커스트러스트은행, 살로먼브라더스증권, 삼성증권 등을 거치며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도이치증권 한국대표, IBK투자증권 사장, 대우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임 고문이 지난 2월 한라그룹 상임고문으로 영입되자 지주사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애초 한라홀딩스 대표이사에 이석민 한라인재개발원 부원장이 내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몽원 회장이 한라그룹 회생을 위해 지주사체제 전환을 승부수로 띄우면서 이를 수행할 증권 전문가로 임 고문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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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
정 회장은 지난달 27일 중국 선양공장 준공식에서 “오는 9월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를 출범하고 내년 초쯤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 내년 초까지 지주회사 한라홀딩스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한라그룹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한라홀딩스, 한라, 한라마이스터가 합병하거나 한라홀딩스가 한라마이스터의 한라 보유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라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다. 한라는 만도의 지분 17.29%를, 만도는 한라마이스터의 지분 100%를, 한라마이스터는 한라의 지분 15.8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라홀딩스가 한라의 한라마이스터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 경우 부당지원 논란이 일어날 수 있어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도가 지난해 5월 한라가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했을 때 만도 주주들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부당지원행위 소지가 있다며 조사에 나설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를 고려해 정몽원 회장은 한라에 대한 추가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정 회장은 지주사체제 전환을 결정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이며 만도를 통한 건설부문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가 현재 자체적으로 회생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한라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라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21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부채비율도 210%대로 크게 낮아졌다.
한라 관계자는 “김포한강 한라비발디 미분양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고 영종하늘도시 미분양도 조만간 재분양 예정이어서 대손충당금이 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진행중인 경기도 시흥의 배곧신도시 프로젝트와 아제르바이젠 수처리 사업뿐 아니라 양질의 공사 프로젝트도 조만간 수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전망도 밝다. 한라는 2월 태국 우드칩(톱밥) 제조사인 와라왓튠냐폴과 연산 24만 톤을 생산하는 펄프용 우드칩 생산시설 인수와 관련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라는 이를 계기로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
한라는 오는 2018년까지 건설과 비건설을 7대 3 비율로 조정하고 해외와 플랜트 비중을 40%까지 늘리는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구조도 재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