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10-04 11: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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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19 백신으로 막대한 매출을 거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차세대 진단기술에 본격 투자하기 시작했다.
백신사업을 통해 글로벌 보건 증진에 기여한 데 이어 진단 분야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스마트폰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에 투자했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9월 말 호주 퀸즈랜드대학 스타트업 레스앱(ResApp Health Limited)을 1억7900만 달러(약 2600억 원)에 인수했다.
레스앱은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기침 소리를 분석해 호흡기 질환을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퀸즈랜즈대학으로부터 이전받아 진단 앱 '레스앱DX'를 개발하고 있다.
분석은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인공지능이 환자가 내는 기침이나 호흡 소리를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특정 질환의 증세와 일치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진단에는 고성능 마이크가 탑재된 최신 스마트폰 이외에 다른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레스앱은 특히 코로나19 진단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 앞서 3월 코로나19 환자 446명 중 92%를 정확하게 식별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신속항원검사 허가기준인 민감도 90%를 웃도는 수준이다. 민감도는 진짜 감염자를 대상으로 양성을 진단하는 비율을 말한다.
화이자는 레스앱의 이런 진단기술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인수가격으로 6500만 달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종적으로 이보다 훨씬 큰 금액으로 인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레스앱이 화이자의 차세대 코로나19 포트폴리오로 활약할 가능성이 충분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제약바이오 전문매체 엔드포인트는 “이번 거래는 지난 분기에만 81억 달러를 벌어들인 화이자의 항바이러스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텍과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바탕으로 ‘떼돈’을 벌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코로나19 백신시장은 656억 달러 규모였는데 화이자·바이오엔텍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375억 달러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됐다. 화이자 한국법인인 한국화이자제약만 봐도 연간 매출이 2020년 3920억 원에서 2021년 1조6940억 원으로 급증하며 기존 제약사들을 제칠 만큼 성장했다.
▲ 진단 애플리케이션 '레스앱' 작동 화면. <레스앱>
mRNA 기술은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다양한 질병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기술이다. 화이자를 비롯한 다른 제약바이오기업들은 mRNA를 활용한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여기에 첨단 진단기술까지 더해지면 화이자의 성장세는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을 보인다.
레스앱은 코로나19 이외에 폐렴,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쇄성수면무호흡증(OSA) 등 다양한 질병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기반 검사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검사가 대규모로 확대될 경우 신속항원검사, 유전자증폭검사(PCR) 등 기존 검사방식보다 간편하게 환자를 파악하는 한편 소요되는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