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의류 OEM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기업들이 달러화 강세에 미소를 짓고 있다.
의류를 수출하는 OEM기업들에게 달러화 강세는 일반적으로 호재로 여겨진다. 원화 환산 시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글로벌 패션기업의 의류 재고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달러화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어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의류 제품을 납품하는 국내 대형 의류 OEM기업들을 중심으로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119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9월30일에는 1432.5원으로 20.2%가 상승했다.
국내 대표적 의류 OEM기업인 세아상역, 영원무역, 한세실업 등은 중남미와 동남아 현지에 각각 의류생산기지를 두고 미국의 대형마트나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들 기업은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위축, 방역조치에 따른 생산공장 봉쇄 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OEM기업들의 고객사 발주가 시작돼 수주 물량이 증가했는데 여기에 환율까지 높아지며 날개를 단 모양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의 의류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14% 증가한 495억8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세아그룹의 세아상역은 해외 40개 생산공장에서 하루 평균 260만 벌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의류 OEM기업이다. 콜스, 테스코 등의 대형마트와 자라, 언더아머, DKNY 등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비상장기업인 세아상역은 해외매출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2020년에는 20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엘살바도르 등에 위치한 생산공장에서 아웃도어와 스포츠웨어 등의 기능성 의류를 비롯해 니트, 스웨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브랜드 등에 공급하고 있는데 매출 가운데 40%를 미국에서 내고 있다.
영원무역은 올해 상반기 외화환산이익으로 335억 원, 외화환산손실은 280억 원을 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외화환산이익은 91억 원, 외화환산손실은 132억 원이었다.
한세실업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과타말라, 아이티, 미얀마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갭, H&M, 자라, 빅토리아시크릿, 랄프로렌, 자라, 타겟 등 브랜드에 의류를 납품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미국에서 거둬들였다.
한세실업은 올해 상반기 외화환산이익으로 99억 원, 외화환산손실은 290억 원을 봤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외화환산이익이 46억 원, 외화환산손실은 71억 원이었다. 한세실업의 외화환산손실이 큰 이유는 외화부채가 높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확실한 물가안정 및 금리인상 의지를 보여준 만큼 달러화는 계속해서 강세를 나타내겠다"며 "파운드화 약세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일본 중앙은행의 확고한 통화완화 정책으로 달러화로 자금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의류업계 OEM기업들의 호황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의류소매업자들은 제품 공급에 큰 차질을 빚었다”며 “대형 OEM기업의 수주가 더 크게 늘어나는 벤더 통합효과에 따라 영원무역은 안정적인 수주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다만 OEM기업들의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에서 소매 판매가 부진하고 재고가 늘어나는 등 경기 하강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의류 재고 비율은 올해 3월부터 상승 추세를 보이며 현재는 3%가 넘는다. 또한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미국 소매 판매는 0.4% 역성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통업계는 올해 연말 홀리데이(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까지 최대의 쇼핑 기간)시즌 할인행사를 예년보다 이른 10월로 앞당기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율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과잉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