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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대웅제약 나보타 임상발표 '옥의티', 오이밭서 신발끈 고쳐서야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2022-09-28 13: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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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제약바이오산업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약 하나가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을 설명하려 해도 실생활과 거리가 먼 수많은 전문용어를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가장 어려운 것은 임상시험 관련 정보입니다. 복잡한 숫자와 그래프, 외국어로 가득한 데이터를 봐도 임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특정 후보물질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임상 자료를 충분히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백브리핑] 대웅제약 나보타 임상발표 '옥의티', 오이밭서 신발끈 고쳐서야
▲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경부근긴장이상 치료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에 성공했다. 다만 임상 결과를 설명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따금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뜻하지 않은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28일 대웅제약이 발표한 치료용 보툴리눔톡신 임상 자료가 그렇습니다.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를 경부근긴장이상 치료제로 검증하기 위한 임상2상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경부근긴장이상은 목 근육이 경련, 수축하거나 비정상적인 위치로 돌아가는 증상으로 치료에 보툴리눔톡신이 사용됩니다.

이번 임상 성공은 당연히 대웅제약에 좋은 소식입니다. 그동안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던 나보타를 치료용 보툴리눔톡신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으니까요.

그런데 임상 자료를 훑어보면서 ‘혹시 임상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터무니없는 의심을 갖게 됐습니다. 대웅제약의 설명 중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되는 부분을 원문 그대로 옮기면 '1차 평가변수인 투여 4주차 Toronto Western Spasmodic Torticollis Rating Scale(TWSTRS) 점수가 위약은 3.57점인데 반해 150U은 14.01점, 250U은 11.28점, 350U은 9.92점으로 3개 투여군 모두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는 문장입니다.

TWSTRS라는 복잡한 용어를 처음 듣긴 했어도 문맥상으로는 이 점수가 높은 게 긍정적인 것으로 읽혔습니다. 위약군보다 높은 TWSTRS 점수를 근거로 나보타 투여군이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알아보니 TWSTRS 즉 ‘토론토 서부 경련성 사경 등급 척도’는 점수가 낮을수록 좋은 지표였습니다. 사경은 근긴장이상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홈페이지를 통해 “1990년대 초 개발된 TWSTRS는 근긴장이상증의 3가지 측면인 중증도, 장애 및 통증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복합 척도다”며 “TWSTRS 총점은 0에서 85까지 범위에 속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더 심각한 상태를 나타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백브리핑] 대웅제약 나보타 임상발표 '옥의티', 오이밭서 신발끈 고쳐서야
▲ TWSTRS 점수 측정표. 증상이 심할수록 높은 점수를 주게 돼 있다. < WE MOVE >
TWSTRS 점수가 높아서 유의했다는 대웅제약의 발표와 정반대입니다. 실제로 TWSTRS를 치료에 활용한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통증학회지에 실린 한 증례 연구(2007, 최창훈 최진환 성춘호)는 “환자가 통증치료실을 방문하였을 때 측정한 TWSTRS는 14점으로 관찰되었다”, “치료 5개월 후 환자의 TWSTRS는 3점으로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TWSTRS 점수가 낮아지는 것이 환자 상태의 호전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제약사인 대웅제약이 임상 결과를 호도해 실패를 성공으로 포장한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연히 아닙니다. 회사에 문의한 결과 오해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임상은 대웅제약 해외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AEON Biopharma)가 담당했습니다. 이온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과 별도로 임상 성공을 알리는 자료를 배포했는데 이 자료를 대웅제약의 것과 비교하면 차이점이 나타납니다.

바로 1차 평가변수입니다. 대웅제약이 1차 평가변수를 단순히 ‘투여 4주차 TWSTRS 점수’로 설명해 놓은 반면 이온바이오파마는 ‘기준 TWSTRS 총점 대비 투여 4주차의 평균 개선 정도(Mean Improvement from Baseline TWSTRS–Total Score at Week 4)’로 명시한 겁니다.

쉽게 말하면 환자의 TWSTRS 점수가 치료제 투여 후 원래보다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측정해 치료효과를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숫자가 높을수록 치료효과가 좋다는 대웅제약의 설명이 맞습니다.

단 몇 글자 차이로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임상 실패로 오인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옥의 티’가 생긴 셈입니다. 
 
[백브리핑] 대웅제약 나보타 임상발표 '옥의티', 오이밭서 신발끈 고쳐서야
▲ 이온바이오파마가 발표한 '나보타' 임상 자료. 1차 평가변수가 대웅제약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이온바이오파마>
이렇게 임상에 대한 오해는 풀렸습니다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언론사 대부분이 대웅제약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한 만큼 많은 투자자가 높은 TWSTRS 점수가 임상 성공과 직결된다는 잘못된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웅제약이나 다른 제약바이오기업이 차후 TWSTRS 지표를 활용한 임상을 알리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겁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최근 임상의 성패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회사들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실패를 실패라고 말하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기업들의 주가는 나날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투자자들이 기업을 보는 눈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고요.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업계가 혼란스러운 만큼, 대웅제약처럼 약물의 효능을 입증한 기업은 사소한 꼬투리를 잡혀 성과를 평가절하당하지 않도록 충분한 설명을 제공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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