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고통분담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압박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으로서는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을 두고 한진해운의 선택에 눈이 쏠려 있는 점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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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위원장 초청 CEO 조찬간담회’에서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려 하는 기업은 결코 살 수 없다”며 “구조조정은 기업의 손실분담 하에 자구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진그룹과 채권단이 한진해운 지원에 대해 잘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조양호 회장에게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차원이나 조 회장 개인 차원에서 한진해운에 1조 원의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참석한 점도 조 회장에게 더욱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과 현 회장은 최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 차례 비교대상으로 오르내렸다.
현 회장은 3월 현대상선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데 이어 어머니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과 함께 3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과정에서 한진해운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조 회장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이 이미 한진해운에게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6월 초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소속된 6곳의 해운사에 공식적으로 가입을 요청했다.
6곳의 해운사는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NYK, MOL, K-LINE, 대만의 양밍, 한진해운이다.
6곳의 해운사가 모두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현대상선의 가입이 확정된다. 한 곳의 해운사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현대상선의 가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이 여러 모로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채권단과 정부가 두 해운사의 합병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에 흡수합병되거나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내건 자율협약 조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마지막으로 해운동맹 가입만 남겨놓고 있다. 반면 한진해운은 아직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을 마치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이제 용선료 협상을 갓 시작한 데다 용선료가 연체될 만큼 유동성 문제도 심각하다.
두 회사가 같은 해운동맹에 속할 경우 예전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선박크기, 운항노선 등에서 상당히 유사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해운동맹 내에서 일감을 절반으로 나눠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을 반대하기에 명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자칫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한진해운은 16일 “한진그룹은 다른 기업의 사업을 방해하지 않고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사업철학으로 하고 있다”며 “모든 회원사가 현대상선의 신규 가입을 동의하면 한진해운도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최근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의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을 도와달라”는 요청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에 대해 해명한 것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공식입장도 최소한 한진해운 때문에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만큼은 없도록 하겠다는 선에서 해석된다. 적극적으로 회원사들을 설득하면서까지 현대상선을 도울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