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대화를 한국 정부에서 '회담'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일본언론의 논평이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만남을 ‘회담’이라고 표현한 것은 한일관계에 두 국가의 뚜렷한 시각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일본언론의 논평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차이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만남을 섣불리 회담이라고 발표한 것은 일본 측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3일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대화는 한일 간 문제 해결을 위한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두 국가 정상이 현지시각으로 21일 미국에서 만나 30분 가량 회동을 진행한 일이 약 3년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 간 대화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본격적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대화가 아직 한일 관계 개선에 진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이례적으로 두 국가 정상의 만남을 서로 다르게 표현했다”며 일본 정부는 이번 회동을 ‘대화’, 한국 정부는 ‘회담’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국가 정부에서 이번 대화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한 것은 한국과 일본 사이 과거사와 관련한 민감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과 일본은 일제시대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를 두고 장기간 갈등을 겪고 있다. 현재 한국 법원은 한국에 있는 일본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배상에 활용하도록 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이런 상황에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정식 회담을 미루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두 국가 정상의 만남을 대화 수준에 그쳤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두 정부에서 다른 표현을 사용한 것은 매우 유치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악화를 이끌었던 문재인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본 정부를 당황시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정부가 이번 대화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예고한 점도 비판을 받았다.
아사히신문은 이를 두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생각 없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 내 여론을 고려해 아직 한국과 공식적으로 회담을 진행했다고 발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이 독단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첫 대화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더욱 진지하게 논의해야 했다며 다소 아쉽다는 시각을 보였다.
다만 아사히신문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기업 자산 매각을 중단하고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바늘에 실을 끼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꾸준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한국이 일본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한다면 과거사 문제에 겸허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만 하는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두 국가가 조속히 협력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에게 한일관계 개선은 각각 국내 정치 상황에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이런 계산적 태도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