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조건이 많이 바뀌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이렇게 말했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 금융업계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올해 연말 국내 기준금리를 최대 연 3.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 국내 기준금리 수준도 이 총재가 예상하던 연 3%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이 총재가 앞으로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올해 한국은행이 얼마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업계는 이 총재가 한 차례 이상의 빅스텝을 단행해 연말 국내 기준금리를 최대 연 3.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전망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통화정책 전망도 긴축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연 4.5%가 된다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을 감안해 (한국은행은) 연내 3.5%까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10월12일과 11월24일 등 모두 두 차례 회의가 남아 있다.
업계의 예상대로 연말 국내 기준금리가 연 3.5%에 도달한다는 것은 한국은행은 남아 있는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각각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이 총재는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하지만 연준의 공격적 통화긴축 행보가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이 총재는 국내 기준금리 인상 폭을 크게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각) 미국 연준이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해 그동안 같은 수준으로 맞춰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다시 미국이 0.75%포인트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이 총재가 올해 남아 있는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서는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를 좁히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연준은 올해 남아있는 11월과 12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각각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총재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가계의 이자 부담과 기업 활동의 위축 우려 때문에 한 차례 이상의 빅스텝을 단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이자수지 적자규모가 가구당 평균 50만2천 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재무구조가 부실해져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의 숫자도 늘릴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때 올해 한계기업 수와 차입금 비중은 17.7%, 18.5% 각각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