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엔비디아가 신형 그래픽카드 RTX4090을 공개하며 TSMC의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엔비디아가 신형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고성능 그래픽카드 라인업을 선보이며 대만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겼다고 발표했다.
퀄컴에 이어 엔비디아도 주력 반도체 제품 생산을 TSMC로 이동하면서 삼성전자가 중요한 고객사를 놓치게 됐다.
21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온라인 발표회를 열고 ‘RTX4090’과 ‘RTX4080’을 포함한 고성능 PC용 그래픽카드 라인업을 대거 선보였다.
신형 그래픽카드는 11월부터 순차적으로 전 세계에 출시되며 새로운 GPU 설계 기반(아키텍쳐)인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기반으로 해 이전작보다 그래픽 처리 성능이 대폭 강화됐다.
그래픽카드에서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PC에서 게임 등을 실행할 때 이미지와 영상을 더욱 현실에 가깝게 보이도록 하는 기능도 구현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새 그래픽카드를 공개하며 TSMC의 4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을 기반으로 신형 GPU를 생산해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엔비디아는 이전 세대의 고성능 그래픽반도체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겼지만 변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8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을 활용해 엔비디아가 2020년 출시한 RTX3090 및 RTX3080에 탑재되는 GPU를 위탁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엔비디아가 주로 고성능 반도체 생산을 TSMC에 맡겨 왔던 점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GPU 생산을 수주하게 된 것은 이례적 성과로 평가받았다.
WCCF테크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저렴한 파운드리 단가, TSMC보다 여유있는 생산 능력 등을 고려해 TSMC 대신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긴 것으로 파악된다.
엔비디아는 당시 새 그래픽카드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담당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TSMC의 4나노 공정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을 전면에 앞세우면서 TSMC의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내세웠다.
TSMC 4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이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프로세서 위탁생산에 활용되면서 성능을 증명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4 등 최신 고성능 스마트폰에 탑재된 스냅드래곤8+ 1세대 프로세서는 상반기 출시된 스냅드래곤8 1세대와 비교해 성능과 전력효율 등이 크게 개선된 점이 특징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쓰이는 웨이퍼 이미지. |
퀄컴은 상반기 스냅드래곤8 1세대 위탁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겼으나 하반기 신제품 생산은 TSMC에 맡기면서 삼성전자가 중요한 수주 기회를 놓치게 됐다.
세계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에 해당하는 퀄컴과 엔비디아가 잇따라 삼성전자에서 TSMC로 반도체 위탁생산 ‘환승’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핵심 고객사를 잃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4나노 파운드리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최초로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도 시작하면서 전 세계 고객사들에 기술 우위를 자랑했다.
그러나 당장 현재 주력으로 활용되는 4나노 반도체 공정에서는 TSMC에 주요 고객사를 빼앗겨 3나노에서 설욕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는 한동안 4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과 관련해 수율 부진설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국내외 여러 증권사와 시장 조사기관, 언론 등에서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이 매우 낮은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을 내놓은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측이 확산되자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의 수율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는데 대만 디지타임스 등에서는 이를 두고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 4나노 파운드리 수율 논란을 의식한 고객사들이 소비자들의 반응 등을 의식해 삼성전자 대신 TSMC의 4나노 공정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 업황이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고객사 물량 수주가 불확실한 상황에도 미세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 확대 노력을 지속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4나노 및 5나노 파운드리 성능과 가격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내년 말에는 파운드리의 모습이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