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2-09-21 11: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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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화 기조에 건설사들이 사회기반시설(SOC) 관련 민간투자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은 정부에 직접 사업을 제안해 수익성 높은 민간투자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정부는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재정부담을 낮출 수 있다.
▲ 건설사들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맞춰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사업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안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21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내년 사회기반시설 예산을 줄이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정부에 제안할 민간투자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2023년도 사회기반시설 예산을 전년보다 2조8천억 원 감소한 25조1천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화 기조에 따른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재정총량을 통제·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 및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건설산업이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해 사업규모를 줄이는 대신 민간투자사업 활성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최성대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회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서 “2023년 예산안에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내실화해 편성한 만큼 민간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민자 활성화 방안의 차질 없는 이행을 통해 재정여력 보완 및 민간주도의 역동적 성장 지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건설사들은 국토교통부의 도로·철도 등 인프라 관련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민간투자사업을 국토부와 지자체,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 등에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런 움직임은 내년에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가 제안한 민간투자사업을 놓고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제3자 공고를 통해 최초 사업 제안자보다 정부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는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내년에는 건설사들이 정부에 제안한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자 선정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현대건설이 2020년 12월 제안한 광역철도 대장홍대선사업과 GS건설에서 2017년 제안한 부산 사상~해운대 지하 고속도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2023년 1월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대장홍대선사업은 총사업비 2조 원 규모로 경기 부천시 대장신도시와 서울 홍대입구역을 잇는 복선전철사업이다.
이는 수익형민자사업(BTO)와 임대형민자사업(BTL)의 혼합형으로 추진되는 첫 사업이다. 수익형민자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운영 수익을 챙겨가는 방식이고 임대형민자사업은 소유권을 지닌 정부나 지자체가 공사비와 일정 이익을 민간사업자에 분할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GS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부산 사상~해운대 지하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사업비 2조2236억 원 규모로 총 길이 22.8㎞, 왕복 4~6차로를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GS건설은 BTO-a(손익공유형)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정부가 시설의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최소사업운영비를 정부가 보전하고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공유해 사업위험을 낮추는 방식을 말한다.
이 고속도로가 완성되면 부산 해운대에서 사상까지 이동시간이 최대 한 시간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한화건설도 경기 평택 통복 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을 직접 제안했다. 이 사업은 BTO-a 방식으로 하루 하수 10만 톤, 분뇨 15만 톤 등을 처리할 수 있는 하수처리장을 짓는 것이다.
평택시는 2023년 안으로 착공해 2026년 말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평택시는 생활하수를 처리하고 방류하철의 수질을 개선하고 악취에 따른 민원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정부에 사업을 제안하는 경우 최초 제안한 건설사가 사업을 가져가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제3자 공고를 통해 최초 제안자가 아닌 다른 건설사들이 수주를 해도 최초 제안자는 일정 수준의 보상비를 받게 된다.
또 최초 제안자는 제3자 공고에서 일정 수준의 가점을 받는다. 현대건설은 대장홍대선사업을 두고 2.6%, GS건설은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사업에서 2.4%, 한화건설은 통복 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에서 1.0%의 우대 가점율을 가져가게 된다.
민간투자사업 방식에 대해서는 찬반 여론이 동시에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정부 재정사업보다 사업 추진이 빠르다는 것을 장점으로 든다. 민자사업의 경우 사업이 늦어지면 민간사업자가 손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민자사업으로 만들어진 시설의 이용료가 재정사업의 사례보다 비싸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건설사들은 이런 점도 반영해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대장홍대선사업을 보면 민간투자사업 최초로 철도 이용요금이 거리비례방식으로 도입된다. 이는 이용거리에 비례해 별도운임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짧은 구간을 이용하는 승객일수록 요금을 덜 내게 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해 정부에 창의적 발상을 통해 공공성과 수익성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안하는 것이다”며 “이는 민간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이고 최근 사회기반시설 발주가 줄어들어 역으로 제안하는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