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곧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에이블씨엔씨를 이끌어온 IMM프라이빗에쿼티 출신의 김유진 대표(사진)가 얼마나 손실폭을 만회하느냐에 인수합병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곧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매각 예상 가격으로 거론되는 가격은 약 1500억~2천억 원이다.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PE)가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할 당시와 비교하자면 반토막 수준도 안 된다.
‘눈물의 손절매’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지만 IMMPE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커피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뒤 KG그룹에 매각해 IMMPE에게 2배의 차익을 안겨준 김유진 대표가 1년 넘게 에이블씨엔씨를 이끌어오며 '보기 좋은' 매물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할리스커피 매각 성공’으로 유명한 김 대표가 이번에는 IMMPE의 에이블씨엔씨 매각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IMMPE가 에이블씨엔씨를 매각하면 5년 전 회사를 인수할 때와 비교해 투자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IMMPE가 2017년 4월 에이블씨엔씨의 창업주인 서영필 대표의 보유 지분 25.5%를 매입할 때 들였던 금액은 1882억 원이었다. 하지만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면서 여태껏 투자한 금액은 4200억 원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에이블씨엔씨의 매각 사실이 처음 알려진 15일 기준으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600억 원 규모다. IMMPE의 지분 가치만 따지면 960억 원 수준이다.
IMMPE가 에이블씨엔씨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대 50%까지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1500억 원가량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상황대로라면 IMMPE가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지 5년 만에 약 27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IMMPE가 예상보다 손실 규모를 줄여서 에이블씨엔씨를 매각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IMMPE 출신의 김유진 대표가 에이블씨엔씨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유진 대표는 IMMPE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성 리더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산학과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6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 곳에서 3년7개월을 일한 뒤 2009년 9월 IMMPE로 이직해 투자운용역을 맡았다.
이후 IMMPE의 할리스F&B(할리스커피 운영사), 레진코믹스, 태림포장 인수를 주도하면서 인수합병 전문가로서 솜씨를 인정받았다.
그가 경영 수완을 인정받은 것은 2017년 할리스F&B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부터다. 직접 투자심사를 담당했던 기업이었던 만큼 김 대표는 할리스F&B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안에 즉각 착수했다.
김 대표는 커피전문점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로스팅센터에 투자했으며 가맹사업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플래그십 매장 등 직영점을 크게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상권에 따라 매장 콘셉트를 다르게 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한 결과 할리스F&B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고 이에 따라 IMMPE는 할리스F&B를 인수한 지 7년 만에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IMMPE가 2020년 9월 할리스F&B를 KG그룹에 매각한 가격은 1450억 원이다. 인수 금액 450억 원과 유상증자에 넣은 자금 370억 원 등을 고려하면 2배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IMMPE가 2016년과 2019년에 할리스F&B 매각을 2차례나 시도했지만 매수자를 찾는 데 실패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김 대표의 경영 능력이 IMMPE의 성공적 엑시트라는 결과를 끌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IMMPE가 2021년 6월 에이블씨엔씨의 수장에 김유진 대표를 앉힌 것도 이러한 경험을 높이 사 에이블씨엔씨를 성공적으로 매각하기 위한 의도로 여겨졌다.
실제로 김유진 대표 체제에서 에이블씨엔씨는 단숨에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김유진 대표가 에이블씨엔씨 수장에 취임한 2021년만 해도 에이블씨엔씨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 9분기 만의 분기별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분기에도 흑자를 내며 완연한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2022년 상반기에 매출 1216억 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84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을 냈다.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4.6% 줄었지만 EBITDA와 영업이익은 각각 154억 원, 150억 원씩 개선했다.
국내 화장품업계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2분기에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에이블씨엔씨의 실적 개선은 의미가 크다.
IMMPE는 에이블씨엔씨의 3분기 실적을 취합하는 대로 매각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는 성적표를 앞세운다면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매각가 1500억~2천억 원을 상회하는 몸값을 인정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 대표가 할리스F&B에 이어 에이블씨엔씨까지 성공적으로 매각을 마무리 지으면 IMMPE의 투자운용역으로서 능력을 더욱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IMMPE 내부적으로 김 대표는 능력 있는 여성 리더군에 꼽힌다.
IMMPE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안내책자에서 사회분야와 관련한 활동으로 여성 리더 육성을 꼽으며 김유진 전무를 대표적인 리더 육성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에이블씨엔씨의 매각 과정에서 회사의 추가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과거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 특강에서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기업을 인수해 얼마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재매각을 추진할 때도 장기적으로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인수자의 의사 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