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에서 인터넷 제공업체가 다른 업체를 대상으로 종량제 방식의 사용 요금을 부과하는 일을 두고 유럽 전문기관의 비판이 나왔다.
현재 한국 모바일 인터넷 요금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높은 반면 서비스 다양성과 품질은 크게 떨어진 원인도 종량제 요금 부과에 따른 경쟁 완화와 투자 위축에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 한국에서 시행되는 인터넷 '발신자 종량제' 제도를 비판하는 유럽 전문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LG유플러스 직원이 5G 무선기지국을 점검하는 모습. |
디스코(DisCo)는 15일 홈페이지에 “유럽에서 주요 인터넷 업체를 대상으로 종량제 요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미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발신자 종량제 요금이 부과되고 있는 한국의 사례를 봤을 때 이런 변화가 인터넷 산업 전반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디스코는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의미하는 ‘Disruptive Competition’ 프로젝트의 약자로 벨기에 브뤼셀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CCIA가 운영하는 조사기관이다.
CCIA는 1972년 설립 이후 컴퓨터와 정보통신 분야에서 다양한 조사를 진행해 보고서를 내놓고 유럽연합 등을 대상으로 정책적 제언을 제공한다.
디스코는 현재 유럽 통신사에서 추진중인 '발신자 종량제' 요금의 개념을 실제로 도입한 국가가 한국뿐이라는 데 주목했다.
발신자 종량제는 인터넷 제공업체가 소비자들에게 정해진 요금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트래픽 이용량이 많은 업체에서 별도로 요금을 받는 구조를 의미한다.
디스코는 한국에서 2016년 종량제 요금 도입을 실험한 데 따른 결과는 매우 큰 실패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며 유럽에서 이를 따라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한국에서 인터넷 서비스 요금은 크게 오른 반면 트래픽 속도 등 품질은 심각하게 떨어지고 통신사들의 인프라 투자도 줄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디스코는 발신자 종량제 요금이 부과되기 시작한 이후 한국 인터넷산업 및 생태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기본 사용량 이외에 추가로 제공되는 모바일 인터넷 요금이 1기가바이트(GB)당 12유로 정도로 유럽 평균치인 1.85 유로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 예시로 꼽혔다.
넷플릭스의 한국 구독 요금이 최근 약 12.5% 상승한 점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 망 사용료와 관련한 법정공방이 이어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디스코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자료를 인용해 현재 한국의 인터넷 속도가 2018년과 비교해 떨어졌다는 점도 종량제 요금 부과에 따른 효과라고 바라봤다.
유럽 등 대부분의 OECD 소속 국가의 인터넷 속도가 2018년부터 현재까지 대부분 개선세를 보인 반면 오히려 한국의 인터넷 품질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디스코는 이처럼 종량제 요금 부과가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방해해 통신사들의 인프라 투자를 늦추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한국에서 5G 통신망 구축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점도 통신사들의 투자 감소에 따른 부정적 결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지거나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된 점도 발신자 종량제 제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디스코는 “현재 한국의 상황은 종량제 요금 부과의 단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인터넷 산업 발전에 대한 욕구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유럽에서 이를 재현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