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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활로 찾아낼까, '이커머스만 20년' 구영배를 바라 보는 엇갈린 시선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09-05 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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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활로 찾아낼까, '이커머스만 20년' 구영배를 바라 보는 엇갈린 시선
▲ 티몬을 인수한 큐텐의 구영배 대표(사진)가 티몬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비즈니스포스트]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기업 큐텐의 티몬 인수를 놓고 유통업계의 시선이 갈린다.

‘G마켓 신화’를 썼던 구영배 대표가 큐텐 창업자라는 점에서 티몬이 극적으로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는 기대감 섞인 시선들이 나온다.

하지만 쿠팡과 네이버가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는 한국 이커머스시장에서 티몬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5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큐텐을 새 주인으로 맞은 티몬이 이커머스시장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티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은 큐텐 수장인 구영배 대표의 능력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구 대표가 2000년대 초반부터 G마켓의 전신인 인터파크구스닥을 이끌기 시작해 단시간에 G마켓을 한국 오픈마켓 1위 사업자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옥션 운영사인 이베이가 구 대표의 G마켓과 경쟁하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2009년 G마켓을 인수한 사례는 국내에 ‘구영배 대표의 G마켓 신화’로 널리 통용될 정도다.

하지만 G마켓으로만 구 대표의 경영 능력을 가늠한다면 오판이다. 큐텐의 성장을 보면 더욱 놀랍다는 점을 알게 된다.

큐텐은 구영배 대표가 동남아시아 이커머스시장 진출을 위해 2010년 싱가포르에 세운 이커머스기업이다. 당시 구 대표와 이베이가 51대 49의 지분율로 합작해 세웠다.

큐텐은 싱가포르 이커머스시장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이커머스시장의 강점으로 뽑히는 빠른 배송시스템에다가 간편한 결제시스템을 앞세운 덕분이다.

이어 일본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인도 등으로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며 큐텐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큐텐은 회사 창립 6년 만인 2016년에 매출이 1조 원을 넘었다. 싱가포르 이커머스업계에서 총거래액 기준으로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고 일본법인인 큐텐재팬은 라쿠텐과 아마존, 야후쇼핑에 이어 일본의 4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위치까지 오르기도 했다.

일본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베이가 2018년 큐텐재팬을 인수한 사실은 구 대표가 가진 이커머스 역량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영배 대표는 굉장히 꼼꼼한 일처리로 유명한 분이다”며 “구 대표께서 한국 시장에 10년 만에 재진출했다는 점은 업계에 시사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티몬의 어떤 잠재력을 보고 인수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은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활로를 찾는 데 고전하고 있는 티몬에는 확실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관계자들이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티몬이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구 대표가 한창 한국 이커머스시장에서 활동하던 2000년대와 비교해봤을 때 시장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른 만큼 구 대표의 개인적 역량만으로 티몬의 새 활로를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시장은 2010년 모바일 혁명과 동시에 춘추전국시대를 겪기 시작했다.

이른바 소셜커머스 1세대로 불리는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이 이커머스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 중반에는 신선식품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이커머스기업 컬리 등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 강자도 이커머스를 강화하기 시작한지 꽤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커머스업계가 쿠팡과 네이버, SSG닷컴-G마켓 등 3강 체재로 재편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쿠팡은 전체 이커머스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매출을 확대하며 점유율을 20% 중반대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네이버는 검색엔진이라는 무기에 다른 물류기업과 협업까지 더해 상거래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SSG닷컴은 오픈마켓 기반의 G마켓 인수로 영향력 확대에 계속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구 대표라고 하더라도 이미 시장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는 티몬을 다시 주요 플레이어로 돌려세우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부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티몬은 2021년 매출 1290억 원, 영업손실 760억 원을 냈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14.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0.4% 늘었다. 티몬의 매출은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큐텐은 곧 티몬의 조직개편과 새 인사제도를 통해 반등을 위한 새 전략에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티몬은 2일 내부 게시판에 큐텐의 인수 소식을 알리며 “티몬이 글로벌 이커머스기업 큐텐과 함께 한다”며 “이에 따른 새로운 조직개편과 인사제도를 곧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구영배 대표와 함께 G마켓을 일궜던 경영진들이 티몬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류광진 전 이베이코리아 부사장과 김효종 지오시스(큐텐 자회사)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이다.

류 전 부사장은 G마켓의 창립멤버다. G마켓을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에서 부사장까지 지냈다. 2013년에는 큐텐의 홍콩법인 대표도 맡았으며 이후 한국에서 배달서비스 플랫폼과 핀테프기업 등을 창업하기도 했다.

새 경영진이 합류하면서 기존 티몬 경영진의 전략을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장윤석 현 티몬 대표이사는 지난해 6월 티몬의 수장에 오른 뒤 플랫폼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브랜드 풀필먼트’라는 전략을 내걸었다.

브랜드 풀필먼트는 티몬이 자체 고안한 개념으로 브랜드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모든 과정과 자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브랜드의 팬덤을 구축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티몬이라는 브랜드에 충성 고객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나온 전략이다. 장 대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웹예능 등 콘텐츠커머스 역량을 강화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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