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2년 8월 앞으로 도시의 치수관리목표를 대폭 상향시켜 시간당 처리용량을 현재 30년 설계빈도(95mm)에서 50년 설계빈도(100mm)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의 하수도는 10년 빈도(시간당 75mm)의 설계기준으로 설치되어 있다. 도시 공학자들이 10년에 한번 오는 큰 비를 막기 위해 그렇게 정한 것이다.
홍수를 막기 위해 짓는 유수지 및 배수펌프장은 30년에 한번 오는 큰 홍수까지 막기 위해 30년 빈도(시간당 95mm)로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도시공학자들도 기후변화까지 예측하지는 못했다. 한국이 아열대기후로 변하면서 그동안의 데이터들이 무용지물이 돼버린 것이다.
2022년 8월 서울은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장마를 겪었다. 수도 서울, 그 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인 강남이 물에 잠겼다.
손해보험업계는 이번 장마에 따른 침수차량 피해액만 14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집계되지 않은 개인과 사업체들의 피해까지 합하면 그 피해는 2020년 수해 피해액인 380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인프라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도시 지하에 대심도 배수저류터널을 짓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폭우에 양천구 신월동 배수저류터널이 인근지역 수해 차단에 톡톡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대심도 배수저류터널이란 쉽게 말해 거대한 지하공동이다.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일시적으로 수십만 톤의 물을 붙잡아뒀다가 비가 잠잠해지면 방류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 일대는 과거 범람원이었던 지역인데다 상대적으로 하류에 위치해 홍수의 주요 피해지역이었던 곳인데 2018년 이 지역에 22만톤 규모의 배수저류터널이 생기면서 홍수로부터 안전해졌다.
이에 따라 과거 신월동 배수저류터널 시공사였던 현대건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3년 한라건설, 현대엠코, 동아건설 등과 손잡고 신월동 배수저류터널을 만들었다.
현대건설은 주요 건설기업 가운데 토목사업 비중이 유독 높은 곳인데 한동안 정치권에서 무분별한 토목공사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토목부문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 분위기가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려는 강남역 배수저류터널 사업비만 37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는 강남역 말고도 배수저류터널 후보지가 5곳 더 있는데 도림천과 광화문, 사당동, 강동구, 용산구가 그곳이다. 이 상습침수지역을 모두 아우르는데는 수조 원이 지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집중호우나 태풍의 빈도는 잦아지고 파괴력은 강해지고 있다.
이를 방지하려는 나라와 지방정부의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다가오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