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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하고 롯데그룹 정책본부,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롯데 계열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에서 검찰 수사관이 압수물품이 담길 상자를 본사 내부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
검찰이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재계가 충격에 빠졌다.
검찰은 왜 롯데그룹을 타깃으로 삼았을까?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가 10일 롯데그룹을 압수수색한 것은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롯데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과 정치권 로비의혹에 대해 검찰이 상당부분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검찰이라고 해도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을 상대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을 실시한 곳은 모두 17곳이며 검사와 수사관만 200여명에 이른다.
검찰의 최정예 인력이 모인 특수부에 최첨단 과학수사 노하우를 보유한 첨단범죄수사부까지 투입됐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가 매우 광범위한 규모로 치밀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검찰에 모종의 ‘단서’를 제공하지 않았겠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이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도 검찰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수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차원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롯데그룹이 신 이사장 관련 서류뿐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주변 행적이 담긴 문서까지 모조리 파기한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런 증거인멸 시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한 자기 방어가 아니라 공권력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범죄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어 불가피하게 전격 압수수색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에서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국부(國富)가 상당하다는 검찰의 판단도 이번 압수수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호텔롯데가 국내에서 거둔 배당의 99%가량이 지분 구조에 따라 일본으로 유출되는 과정 전반을 살필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연매출 83조원에 18만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재계 순위 5위의 재벌이지만 계열사 대부분이 비상장사로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분구조가 일부 드러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전체 매출액의 95%가량이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정작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에 있는 광윤사와 L투자회사 등이 대부분(99.3%)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과 사정당국은 이런 지배구조가 드러남에 따라 롯데그룹 일가에 대한 전반적인 세무조사와 각종 첩보 수집을 통해 롯데그룹 수사를 물밑에서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국부가 일본으로 넘어가기 전에 불투명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