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막을 수 없으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중국 싱크탱크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중국 관영 싱크탱크인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성장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는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 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다면 막대한 비용을 대가로 치르게 될 수 있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산업 전체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24일 중국일보망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싱크탱크인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펑보 연구원은 “미국 반도체 지원법은 근본적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막지 못한다”며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8월 초 시행된 반도체 지원법에는 미국 현지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 등 지원을 얻는 대신 10년 동안 중국에 투자 제약을 받는다는 규정이 담겨 있다.
펑 연구원은 “반도체 지원법의 근본적 목표는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에 있다”며 “하지만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은 이미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미국이 목표를 이루려면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하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성장도 해치게 된다”고 바라봤다.
중국이 완전한 반도체 공급망, 생산효율, 인재를 갖추고 있는 만큼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내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글로벌 반도체기업이 반도체 지원법 때문에 중국에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되면 경쟁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공장 건설에 드는 비용과 운영 비용이 비싸 미국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펑 연구원은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2800억 달러를 쏟아붓는다고 하지만 이 가운데 보조금은 390억 달러밖에 안 되며 이조차도 5년에 나눠 지급한다”면서 “이는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공장 하나를 지을 때 최대 수백 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TSMC가 계획하고 있는 올해 연간 투자금액은 400억 달러를 넘고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짓는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투자 규모도 170억 달러에 이른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기업은 연간 25%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원가가 아시아 지역 공장과 비교해 50% 상승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체를 놓고 봐도 미국에 생산공장이 늘어나면 공급과잉, 시장경쟁 환경 악화 등 문제점이 생겨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점 역시 미국이 중국을 쉽게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배제시킬 수 없는 원인으로 꼽혔다.
인텔의 2021년 연간 매출 747억 달러 가운데 약 27%에 해당하는 1345억 위안(약 200억 달러)은 중국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매출에서도 중국 시장 비중이 각각 30%를 넘는다.
펑 연구원은 “반도체 지원법은 시장규율과 경제 체계를 위반했다”며 “중국이 단기적으로 반도체 지원법의 악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 시점에서 보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