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을 빠르게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내각 구성에 최장기간이 소요됐다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인선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윤 대통령은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신속하게 장관 인선을 발표하도록 하겠다”며 “지금도 열심히 찾으면서 동시에 검증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당선 뒤 이날까지
윤석열 정부 내각 구성은 167일째 이어지고 있다. 역대 정권 최장 1기 조각 사례였던
문재인 정부의 195일 기록을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대통령의 인사청문요청안을 받은 뒤 20일 이내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시한내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후 국회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을 진행할 수 있다.
당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절차를 진행하는 기간을 따져봤을 때
문재인 정부 기록을 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이 빠듯하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내려앉아 역대 정부 임기 초 최저 지지율을 보이는 주요 원인으로 인사 실패가 꼽힌다. 또 다른 불명예 기록을 갖지 않기 위해 윤 대통령은 이날 ‘신속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사퇴하고 정호영·김승희 전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했다. 박 전 부총리 사퇴는 김인철 후보자에 이은 두 번째 교육부 장관 낙마였고 복지부 장관 공백은 이미 사상 최장기에 이르렀다.
만약 추가 낙마자가 나온다면
문재인 정부보다 내각 구성이 늦어지고 역대 최장기 조각 기록을 다시 쓸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의 인사 실패를 겪기에는 정권에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남은 장관 인선 1순위 기준이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후보자 전문성을 비롯한 여러 요소보다도 도덕성과 재산 등을 놓고 더욱 신중한 자체 검증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에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가 유력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제4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10년 동안 교육부에서 근무한 관료 출신이다. 복지부 장관에는
나경원·김세연·윤희숙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정치인과 관료 그룹은 비교적 검증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정치인 출신은 특히 인사청문회 통과가 유리해 신속히 조각을 마무리하기에 수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수 등과 비교하면 정권과 더욱 가까운 데다 청문절차를 밟는 국회와도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인 출신인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위장 전입과 사무실 월세 대납 의혹 등으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임명된 적 있다.
앞서 낙마한 김인철·정호영·김승희 후보자와
박순애 전 부총리 가운데 김승희 전 후보자를 제외하면 전부 교수 출신이란 점을 봐도 이번 하마평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정치자금법 논란이 불거지며 물러난 김승희 전 후보자가 유일한 정치인 출신이었다.
일각에서는 교수들이 이론으로 무장돼있지만 현실 실무 감각에서는 정치인들이 강점을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학문과 현실 행정 및 정치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의 이력도 전문성보다 청문회 통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세연 전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윤희숙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 정책 연구부장을 지냈다.
하지만 김승희 전 후보자가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국립보건안전연구원과 국립독성연구소, 연세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2대 식약처장을 역임한 경력과 비춰보면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역대 정부를 돌아볼 때 첫 내각 구성이 정부 출범 뒤 100일 넘게 지연된 사례는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는 찾을 수 없다.
특히 첫 내각 구성에 오랜 시간이 걸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부처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조직개편을 진행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내각 완성이 지체되는 모습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TV조선 시사프로그램에서 “의원내각제를 하는 영국의 대처 회고록을 보면 ‘수상이 되면 24시간 이내에 조각을 완료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이 교육개혁·연금개혁인데 주무 장관인 교육·복지 장관을 아직도 채우지 못한 것이 현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