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대어급 주관실적 가뭄을 벗어나 기업공개시장에서 명예 회복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는 시선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컬리와 골프존카운티 등 연내 상장이 가시화된 기업 두 곳의 대표주관을 맡고 있다.
컬리와 골프존카운티는 22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컬리와 골프존카운티 모두 올해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각각 3월과 4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거래소는 45영업일 안에 예비심사 결과를 통보한다는 방침을 정해뒀지만 올해 들어 이를 훌쩍 넘기는 사례가 속출했고 컬리와 골프존카운티는 심사를 받기까지 4~5개월가량 기다려야 했다.
당초 예상보다 일정이 늦춰졌지만 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2곳 모두 올해 안에 증시에 입성하기 위한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컬리와 골프존카운티가 올해 안에 기업공개를 마무리한다면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상반기 부진을 씻을 만한 상장주관 실적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국내 기업공개 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과 함께 '빅3'로 꼽힐 정도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2019년 기업공개 주관실적 1위, 2020년과 2021년에는 2위를 차지하며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왔다.
하지만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NH투자증권의 기업공개 주관 순위는 9위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SM상선에 이어 올해에도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은 기업공개가 여럿 무산된 탓에 상장주관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대어급 주관실적 가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컬리와 골프존카운티가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컬리와 골프존카운티 역시 상장 완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컬리는 새벽배송으로 잘 알려진 '마켓컬리'를 운영한다.
2015년 창업 당시 30억 원에 그쳤던 컬리의 매출은 지난해 1조5580억 원으로 뛰었다.
컬리는 지난해 말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2500억 원의 자금을 수혈받으며 기업가치를 4조 원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다만 올해들어 기업공개시장이 얼어붙은 데 따라 최근 시장에서는 컬리의 기업가치를 2조 원 수준으로 낮춰 잡고 있다. 이러한 저평가는 컬리가 올해 안에 기업공개를 마무리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골프존카운티는 국내 18곳의 골프장과 골프 예약플랫폼 티스캐너를 운영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골프인구 신규 유입 등에 힘입어 국내 골프산업은 유래없는 호황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골프존 카운티의 기업가치 역시 최대 2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골프존카운티는 지난해 매출 1918억원, 영업이익 522억 원을 올렸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34.5%, 영업이익은 141.6% 급증했다.
골프존카운티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골프존카운티 보통주 54.8%와 우선주 3.5%를 들고 있는데 기업공개를 통해 보유주식 일부를 시장에 내놓고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따라서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의 구주매출 계획은 골프존카운티 상장의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공모청약 때 시장에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신주모집 금액이 회사의 발전을 위한 자금으로 쓰이는 것과 달리 구주매출은 자금이 기존 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에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공개는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때가 많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