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LG전자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하반기 한국과 미국,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97인치 초대형 올레드TV를 출시하면 42인치부터 97인치에 이르는 업계 최다 올레드TV 제품군을 갖추게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각국마다 절차가 달라 97인치 올레드TV 출시 일정을 명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 하반기에 출시하는 것은 확정됐다”며 “가격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LG전자의 83인치 4K 올레드TV 출고가가 14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97인치 올레드TV는 최소 2천만 원 이상의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전자는 이런 초대형 올레드TV를 앞세워 11월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기간에는 초대형 TV 판매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도 2022년 전 세계 TV 출하량이 2021년 대비 약 474만3천 대 감소하지만 70인치 이상의 초대형 TV 시장은 전체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박형세 부사장도 초대형 올레드TV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영향력을 확대할 무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형세 부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세계 최대인 97형 올레드TV를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하고 초대형 시청 경험을 원하는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할 예정”이라며 “지난해엔 올레드TV가 83형이 최대였는데 올해부턴 97형을 최대로 가져가며 TV 사이즈가 작아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TV 사업은 올해 들어 최대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는 2022년 2분기 18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G전자가 TV 사업에서 영업손실을 본 것은 2015년 1분기 이후 28분기 만이었다.
이정희 LG전자 HE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7월29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패널가 하락 등 재료비 개선 요인이 있었지만 매출 감소 및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자원 투입 증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올레드 TV 중심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및 월드컵 특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하반기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 LG전자 2022년형 올레드TV 라인업. < LG전자 >
LG전자는 올레드TV 경쟁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TV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TV 업황은 좋지 않지만 올레드TV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글로벌 올레드 패널 매출은 2021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올해 글로벌 올레드TV 출하량이 2021년보다 1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는 이와 같은 흐름에 힘입어 프리미엄 TV 시장점유율이 2019년 17.3%에서 2021년 24.3%로 대폭 높아졌다. 올레드TV로만 국한하면 LG전자는 2021년 기준 시장점유율 62%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삼성전자도 퀀텀닷(QD)이 적용된 첫 올레드TV를 출시하며 LG전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확보한 올레드 패널은 50만 대의 올레드TV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021년 LG전자 올레드TV 출하량이 404만 대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더 많은 올레드TV를 출시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몇 달 째 올레드 패널 공급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격과 수량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올레드TV 시장에서 당분간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나 시장조사기관에서는 LG전자가 올해도 특별한 경쟁자 없이 독주하며 올레드TV 판매량 500만 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보다 25%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TV는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수요 침체와 유통사의 재고조정이 지속되고 있지만 LG전자는 선제적 재고 건전화 노력과 더불어 3분기 말부터 월드컵 특수를 대비한 출하가 이루어지면서 실적이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며 “물류비, 원자재 가격 등 비용 부담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