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시장 입성을 준비하는 쏘카가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때 기업가치 3조 원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IPO 대어’로 시장의 기대를 받았으나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00대 1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업계에서는 상장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쏘카가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자 업계에서는 상장 철회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박재욱 쏘카 대표. <쏘카> |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는 쏘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앞으로 있을 후발주자들의 기업공개(IPO) 공모흥행 및 상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쏘카 측은 이번 기업공개와 관련해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해 증시둔화로 기업공개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사까지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기도 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1월 25~26일 이틀 동안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경쟁률이 70~80대 1에 그치자 28일 기업공개 철회를 결정했다.
2월 23~24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대명에너지와 3월 14~15일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 보로노이도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상장을 연기했다.
이 외에도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잇따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상장철회를 결정했고 현대오일뱅크와 CJ올리브영도 최근의 상황을 고려해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쏘카는 10~11일 일반 공모청약이 예정돼 있다. 따라서 늦어도 9일까지는 상장을 철회할지 혹은 강행할지, 상장을 강행한다면 공모가가 얼마인지 결정해야 한다.
쏘카는 기업공개를 준비할 때부터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쏘카와 똑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없어 비교대상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면서도 다른 기업들보다 쏘카의 실적개선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쏘카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대부분 쏘카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격(3만4천 원~4만5천 원) 하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은 일반 공모청약의 참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쏘카가 상장을 강행하기로 결정한다면 공모가격을 대폭 낮춰 투자매력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쏘카는 상장을 위해 공모 물량을 20% 줄이고 공모가격을 희망 공모가격 최상단 기준 40%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만8천 원 정도로 공모가격을 확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가격으로 상장할 경우 쏘카의 상장 직후 몸값은 기존 1조2천억 원(희망 공모가격 하단 기준)에서 9400억 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다만 이미 시장에서 거래된 기업가치(주당 4만5170원)보다 낮은 금액으로 희망 공모가격을 정했던 만큼 여기서 다시 가격을 낮추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쏘카의 이번 결정에 따라 앞으로 기업공개 일정이 잡혀있는 컬리(마켓컬리)와 케이뱅크의 상장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종은 다르지만 3기업 모두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쏘카는 모빌리티 혁신 플랫폼, 컬리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케이뱅크는 디지털 금융플랫폼 기업이다.
아직까지는 컬리와 케이뱅크 모두 얼어붙은 기업공개 시장을 뚫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쏘카가 상장을 철회할 경우 다른 2곳도 상황을 살피며 상장을 연기할 수 있다.
잇따른 상장철회가 나타나면 기업공개 시장 자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예측이 끝난 뒤에도 상장철회는 없다던 기업들이 공모가격을 확정하기 직전 일정을 연기하는 일이 잦아지면 후발주자가 아무리 상장할 것이라고 외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박재욱 쏘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상장철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쏘카는 올해 수익이 나는 구간에 진입했고 다른 기업 대비 성장성이 월등히 좋다”고 말한 바 있다.
8일 쏘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수요예측 및 상장 철회 가능성에 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