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가 자금난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목소리가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사진은 메쉬코리아의 배송 서비스 부릉의 택배 차량. <메쉬코리아> |
[비즈니스포스트]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 수 년 동안 물류호황에 힘입어 덩치를 키웠지만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한 탓에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퀵커머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메쉬코리아를 파트너로 점찍고 투자까지 했던 GS리테일도 덩달아 난처해질 상황이다.
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메쉬코리아는 올해 초 제2금융권인 OK캐피탈에서 고금리로 빌린 대출금 360억 원을 상환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
메쉬코리아가 빌린 대출금의 만기일은 11월이다. 아직 3달가량의 기한이 남아있지만 메쉬코리아는 대출금 상환을 위한 재원이 부족해 여러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대출을 받아 기존 채무를 변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러 투자자와 금융권 모두 메쉬코리아의 요청에 선뜻 나서는 곳은 없는 상태로 파악된다.
메쉬코리아의 움직임은 곧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으로 읽힌다.
메쉬코리아는 2021년에 매출 3039억 원을 냈다. 2020년보다 매출이 18.5% 늘어난 것으로 온라인 유통업계의 매출 성장률을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손실도 커졌다.
메쉬코리아의 영업손실은 2020년 178억 원에서 2021년 368억 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적자폭의 상승률이 매출 성장률을 상회한 것이다. 앞서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영업손실 140억 원, 123억 원을 봤다.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더브이씨에 따르면 메쉬코리아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치한 총 투자금은 모두 1762억 원 규모다. 하지만 지속된 손실 탓에 자금이 바닥나자 지난해 말부터 반 년 넘게 계속 투자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OK캐피탈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때도 창업자인 유정범 총괄대표와 공동 창업멤버의 보유 지분 20%가량을 담보로 제시했을 정도다.
재무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메쉬코리아의 내부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메쉬코리아는 이날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만들면서 그 이유로 “성장 중심 전략에서 전환해 앞으로 성장과 내실을 모두 확보하기 위함이다”는 점을 들었다.
갑작스럽게 메쉬코리아가 내실 성장을 꺼내든 이유는 최근 4년 동안 낸 누적 적자가 800억 원이 넘는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고운영책임자로 선임된 최병준 현 메쉬코리아 국내사업부문 대표는 내실 성장을 주도할 조직으로 ‘턴어라운드 태스크포스’도 만들었다.
앞서 7월 초에 김명환 메쉬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회사를 그만 둔 이유도 메쉬코리아의 자금난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김 전 최고기술책임자는 이와 관련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 교육 일정 때문에 물러났을 뿐 회사 상황과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 GS리테일은 퀵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500억 넘게 주고 사 2대주주에 올라 있다. 사진은 GS25의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를 모델이 홍보하는 모습. < GS리테일 > |
메쉬코리아의 문제는 자칫 GS리테일이 그려온 ‘퀵커머스’ 청사진에 심각한 차질을 빚어지게 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GS리테일은
허연수 대표이사 부회장 주도로 2021년부터 퀵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GS리테일이 보유한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 등을 배송 거점으로 사용하면 신선식품 등의 퀵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GS리테일이 음식 배달 플랫폼 요기요를 인수한 것도 퀵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퀵커머스 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느냐다. GS리테일은 이를 위해 2021년 4월 5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GS리테일은 네이버의 뒤를 이어 메쉬코리아의 2대주주에 올라 있다.
만약 메쉬코리아가 이번 자금난을 계기로 수익성 회복에 방점을 찍고 경영을 펼쳐나간다면 GS리테일이 기대했던 ‘퀵커머스 시장에서 빠른 영향력 확대’라는 구상에는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퀵커머스 사업은 메쉬코리아의 여러 배송사업 가운데 흑자를 내는 사업이다"라며 "내실 경영에 들어가면 퀵커머스 사업을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GS리테일과 협업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GS리테일은 메쉬코리아 이외에도 일반인들도 배송에 참여할 수 있는 자체 도보 배달 플랫폼 ‘우친’뿐 아니라 배달 대행사인 비욘드, 바로고 등과도 협력해 퀵커머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