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2022-08-03 16: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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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학연령 하향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거센 비판 여론에 부딪히면서 과거 각종 논란과 전문성 부족, 청문회 패싱 이력까지 부각돼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임기 초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또 하나의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보인다.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학생·학부모·교원 등 교육주체 13만10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등학교 입학연령 만5세 하향’ 학제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취학연령 하향에 대해 학생·학부모·교사의 97.9%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도 전체 응답자의 95.2%에 달했다.
반대 이유로는 △당사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음 79.1%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음 65.5% △교육계 의견을 수렴하지 않음 61.0% 등으로 조사됐다.
강 의원은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 국민들이 취학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것이 확인됐고 국민들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재검토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정책을 철회하고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결단하고 책임져야한다”고 압박했다.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정책을 사실상 추진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처음 정책을 제시한 박순애 부총리를 향한 책임론도 거세게 일어났다.
민주당은 2일 국회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반대 당론을 내놓고 박 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교육 일선을 책임지는 교육청도 모르게 밀실에서 압수수색하듯 전격 발표한 취학연령 하향 정책이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박 부총리는 ‘갑툭튀’ 정책에 책임지고 자진사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교육·보육·학부모 단체 42곳으로 구성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책 철회와 박 부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집회를 진행한다.
이들은 "이론적·실증적 이유로 역대 정부에서 폐기된 만 5세 초등 입학을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단행하는 불통 정책을 강력 규탄한다"며 "전문적 식견 없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고수하는 교육부 장관은 사퇴하라"고 말했다.
박 부총리는 이에 정책 추진 의사를 밝힌 지 나흘 만인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6개 교육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국민들이 정말로 ‘이 정책은 아니다’고 생각한다면 폐기될 수 있다”고 정책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박 부총리가 역대 정권에서 꾸준히 거론됐지만 진전을 보지 못할 만큼 예민했던 문제를 공론화 과정도 없이 덜컥 발표해 불거진 논란이 전문성과 정무감각 부족, 과거 이력 등 자질 비판으로 번지면서 사퇴 요구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교육부 장관이 느닷없이 다섯 살 학교 입학시킨다고 보고했다가 여론이 비등하니까 다 바꿨다"며 "최소한 교육부총리와 행안부 장관 정도는 (인적개편을) 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전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박 부총리를 두고 '음주 교육정책'이라고 규정하면서 “4번 말을 바꿨는데 음주를 한 것이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부총리가 2001년 12월 만취 수준의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도 선고유예를 받았던 이력을 비꼰 것이다.
이번 사태로 박 부총리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출신의 공공행정·성과관리 전문가로서 교육 분야 경력이 전무한 점 역시 더욱 크게 부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20%대로 추락한 것을 타개하기 위해 휴가 복귀 뒤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쇄신 범위가 내각까지 미친다면 청문회를 건너뛰고 임명을 강행한 박순애 부총리가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실제 박 부총리 사퇴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번 논란으로 부정적 여론이 강해지면서 ‘교육개혁’을 줄곧 말해온 윤석열 정부의 향후 정책 추진이 힘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개혁을 여러 번 거론했는데 특히 산업인재 육성과 규제 개혁에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를 향해 스스로 경제부처로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를 임명한 배경으로 교육보다는 효율성을 들었다.
대통령실은 박순애 후보자를 내정하면서 “박 후보자는 공공행정 전문가로서 교육 행정 비효율을 개선하고 교육 분야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 적임자다”며 “여성 최초 기획재정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경영평가 단장을 맡아 공공기관의 경영실적 개선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학제개편 논란 역시 이런 시각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다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취학연령 하향 추진 배경으로 대통령실이 주장한 ‘교육격차 해소’, ‘저출산 해결’, ‘아동의 향상된 지적능력’을 반박하며 “윤석열 정부가 ‘경제적 효율성’ 위주로 (교육 정책을) 따지는 바람에 이러한 정책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