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바야흐로 방산주 전성시대가 왔다.
국내 방산주들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 속 증시 침체에도 돋보이는 주가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방어주(경기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주가수준이 안정적인 주식)의 매력에 ‘폴란드 잭팟’까지 더해지며 투자매력도가 높아졌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와 맺은 수출계약과 지배구조 개편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
국내 방산주 가운데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폴란드와 맺은 수출 계약에 지난달 말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까지 맞물리며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말 최종사업자 선정 발표가 예상되는 호주 장갑차 교체사업(랜드400 페이즈3)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우주사업 기대감까지 있어 시장에서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주가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날보다 1.40%(900원) 내린 6만3600원에 장을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장 후반 기관투자자 매도세가 몰리며 소폭 하락 마감했지만 장 초반에는 6.19%(4천 원) 높은 6만8600원까지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최근 들어 다른 방산주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 6월 말부터 전날까지 약 한 달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32.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로템(24.52%), LIG넥스원(20.75%), 한국항공우주(8.00%) 등 다른 방산주들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이런 주가 흐름은 폴란드 무기수출 계약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고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시너지 기대감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회디펜스는 7월28일 폴란드정부와 K9 자주포 600여 문을 포함해 K10 탄약운반장갑차, K11사격지휘장갑차 등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로템과 한국항공우주도 폴란드 정부에 각각 K2전차 약 1천 대, FA-50 경공격기 48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방산업계에서는 3개 회사의 수출액을 모두 합하면 최소 10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월29일에는 방산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도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디펜스를 합병하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와 한화파워시스템을 각각 한화와 한화파워시스템에 매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룹 내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모으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비방산사업을 매각해 그룹 방산사업의 시너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기존 항공기엔진생산업체에서 벗어나 종합방산업체로 도약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월29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 한화디펜스의 합병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밝혔는데 이날만 주가가 19.93% 뛰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삼성그룹에서 ‘빅딜’로 인수한 삼성테크윈을 모체로 한다.
이후 두산인프라코어의 방산부문을 인수한 뒤 사업을 합치고 쪼개는 오랜 사업재편 과정을 거쳤는데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과정도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안정적 국내 군수물량을 바탕으로 해외수출과 우주사업이라는 양 날개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바라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합병을 계획하고 있는 한화디펜스는 현재 호주 장갑차사업 최종사업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화디펜스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 최소 50억 달러 이상의 호주정부와 최첨단 궤도장갑차 레드백 수출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시대’를 맞아 우주사업에서 지속해서 힘을 주고 있다.
한화그룹 우주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인 ‘스페이스허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주축으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1단로켓 엔진을 제작한 데 이어 5일 발사되는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 개발에도 참여했다.
한화그룹 후계자 1순위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직접 사내이사에 올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이끄는 점도 향후 사업 확장 기대감을 키운다.
김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맏아들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와 한화 전략부문장,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등을 겸직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앞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목표주가를 올려 잡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흩어진 방산 역량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5만8천 원에서 7만6천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DB금융투자도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를 기존 6만6천 원에서 8만 원으로 높여 잡았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의 방산부문 인수합병으로 한국 방위산업 내 최대 매출기업으로 떠오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한화그룹 내 방산 주도 업체로 명확한 성장스토리와 함께 사업에 힘이 실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변할 것”이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사업재편으로 방산솔루션업체라는 정체성을 강화하고 방산부문 통합개발과 공용인프라 활용 등으로 비용효율화가 이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