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그동안 보급형 스마트폰에 중국산 부품을 대거 채용하면서 수익성 제고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2월 '삼성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갤럭시S22 울트라 등을 알리고 있다. |
삼성전자는 제조원가 상승을 스마트폰사업 수익성 후퇴의 주된 이유로 꼽았는데 하반기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노 사장은 비용절감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도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연초 세운 스마트폰 판매목표를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노 사장으로서는 앞으로 수익성 방어에 더욱 치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3억3330만 대로 지난해보다 4.1%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트렌드포스는 애초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13억8천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올해 3월 13억6600만 대로 출하량 전망을 낮춰 잡았는데 또다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출하량 전망치가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시장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노 사장으로서는 수익성 방어에 더욱 고삐를 죄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전자업계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그동안 보급형 스마트폰에 탑재하던 중국산 디스플레이 패널을 프리미엄 갤럭시 제품군에도 넣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와 2023년에 출시할 폴더블폰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할 올레드(OLED) 패널 제작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세화에 주력하는 제품이 폴더블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용절감에 관한 고민이 더욱 커진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스마트폰 생산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반도체와 더불어 디스플레이 패널이기 때문에 비용 절감 방안으로 디스플레이 조달처를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중국업체로 다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 사장은 그동안 보급형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제조자개발생산(ODM) 비중을 늘리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개선해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나 갤럭시F, 갤럭시M과 같은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의 일부 모델을 중국 윙텍, 화친 등과 합작개발생산(JDM), 제조자개발생산 등을 통해 생산한 바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MX사업부는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1% 줄어든 2조6200억 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노 사장이 보급형 스마트폰에 사용하던 비용 절감 전략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확장해 적용할 가능성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전략에 따라 경쟁회사인 애플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브랜드 가치가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노 사장은 올해 초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게임들을 실행할 때 그래픽 처리장치의 성능을 조절해 화면 해상도를 낮추는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에 일부 주주들로부터 비용 절감을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브랜드 이미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프리미엄 제품에 중국부품을 늘리는 것을 검토할 만큼 현재 삼성전자 MX사업부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부품 사용 확대와 관련해 “부품공급이나 제품스펙과 관련한 내용은 대외 기밀 사항이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