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이 자동차부문을 분리하는 사업재편과 함께 친환경에너지사업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그동안 안정적 수익을 내주던 수입차 판매사업이 떨어져 나가는 만큼 주택 등 건설 외 새로운 미래먹거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인데 '친환경에너지'를 선택했다.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는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는 전략사업이기도 하다.
▲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
27일 코오롱글로벌의 인적분할 관련 IR자료를 살펴보면 수입차 판매 등 자동차사업부문을 떼어내고 남는 존속법인은 앞으로 육상,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지분투자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 생산까지 발을 뻗어 친환경에너지 사업자로 입지를 구축해가겠다는 구체적 청사진도 제시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시공능력평가 16위 건설사로 주택 등 건설과 함께 유통, 상사 등 다른 여러 사업부문도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 판매 등 유통부문을 떼어내는 인적분할을 결정하면서 주택사업의 변동성을 받쳐줄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최대 경영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2022년 1분기 기준 건설부문 매출이 4859억 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 등 자동차사업을 포함한 유통부문 매출은 3798억 원, 상사부문은 1050억 원을 보였다.
주력사업인 건설과 비교해 유통부문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사업성장 추이를 봐도 수입차 판매부분이 떨어져나가는 것은 전체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1분기 코오롱글로벌은 주택·건축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줄면서 건설부문 전체 매출도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수입차 판매 등 유통부문 매출이 14.5% 늘어나면서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판매부분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차량 판매실적이 한 해 평균 12% 이상 증가하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 사장은 미래 성장동력 측면뿐 아니라 당장 사업포트폴리오 전략 측면에서도 수입차 판매사업의 빈자리를 채워줄 신사업 육성이 최대 과제가 된 셈이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건설부문의 높은 실적 변동성을 유통부문이 완화시켜주고 있었다”며 “이번 분할로 외형 및 영업이익 창출력 축소가 예상되고 사업다변화 측면 등 회사의 사업안정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도 “코오롱글로벌은 수입차사업부문이 분리돼 상대적으로 실적 변동성이 높은 건설부문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준은 저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두 평가사는 모두 분할에 따른 차입금 이전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수입차판매 네트워크 확충 등 수입차부문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부담이 감소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곧 김 사장이 풍력발전,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사업에 조금 더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는 데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글로벌은 이미 풍력발전사업을 수소 생산까지 연결해 확장하는 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올해 7월 수소 생산부터 운송·저장, 이를 활용한 전력생산까지 수소생태계에서 가치사슬을 완성하고 수소에너지 사업을 그룹 핵심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이러한 그룹 차원의 수소사업 전략에서 수소 생산분야를 주도하게 된다.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한 풍력발전단지를 활용해 수전해(물을 전기분해하는 형태) 방식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이미 지자체 등과 청정수소 인프라 관련 협업도 추진하면서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7월6일 충청북도, 충주시 등과 청정수소 생산, 활용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김 사장은 당시 협약식에서 “코오롱글로벌은 2011년부터 풍력에너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해 현재 국내 풍력발전사업 25%를 담당하고 있다”며 “이제는 그 영역을 수소산업으로 확장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선순환고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일찍이 2011년부터 국내 육상풍력 개발사업 지분투자와 발전단지 설계조달시공(EPC)를 통해 풍력사업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10년이 넘은 노후 육상풍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저용량 터빈을 대용량 터빈으로 확대하는 ‘리파워링’ 시장에 진출했다. 완도해상풍력(400MW)사업 등 해상 풍력분야로도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현재 풍력발전단지 개발분야에서 설계조달시공(EPC)과 상업운전 단계에 있는 사업이 모두 8건이다.
이를테면 38MW 규모의 경주 풍력발전단지(공사금액 414억 원)과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43MW, 830억 원)는 상업운전 중이다. 양양 만월산(854억 원), 태백 가덕산 2단계(428억 원) 프로젝트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태백 하사미(442억 원), 영덕 해맞이(850억 원), 평창 횡계(540억 원), 양양 만월산 2단계(80억 원) 프로젝트 등은 착공단계에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이 밖에도 육상풍력발전 개발사업 10건, 리파워링 3건, 해상풍력발전 개발사업 1건 등도 추진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2022년 1분기 기준 풍력발전단지사업 손익이 포함된 토목부문 매출이 2021년보다 16.3% 늘어났다. 2022년에는 풍력발전사업에서 신규수주 4건을 하겠다는 목표도 세워뒀다.
앞서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7월20일 이사회를 통해 건설·상사부문의 코오롱글로벌과 자동차부문 신설회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분할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분할결정으로 존속법인 코오롱글로벌에는 기존 건설과 상사부문, 코오롱스포렉스 등 자회사들이 남는다. 자동차 관련 사업은 신설법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모두 넘어간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