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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와 '엑스맨: 아포칼립스' 포스터. |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와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두 시리즈 영화는 모두 만화가 원작인데 영화를 통해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했다. 같은 세계관 안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이 바뀌어 가며 또 다른 이야기가 계속 확장된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만든 마블은 만화출판에서 영화제작사로 거듭난 곳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업계는 마블과 같은 기업과 어벤져스 같은 시리즈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 국내에는 왜 '어벤져스'가 없을까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4월27일 개봉한 ‘캡틴아메리카: 시빌워’가 관객을 860만 명 넘게 동원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는 ‘어벤져스’의 히어로들이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팀으로 분열되면서 갈등을 빚는 얘기인데 전세계에서 흥행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올해 개봉영화 가운데 흥행순위 1위에 올라 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글로벌 71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개봉했다. 아포칼립스는 5월25일 국내에서 개봉한 뒤 200만 관객을 넘기며 지금도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영화는 시리즈 영화로 전작들이 모두 좋은 성적을 낸 것은 물론 시리즈가 쌓일수록 마니아층이 형성되면서 부가수익을 올리는 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 시리즈물이 흔치 않은 데다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자체가 많이 제작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히어로 영화는 2009년 개봉한 배우 강동원씨 주연의 ‘전우치’ 정도가 있을 뿐 거의 전무하다.
시리즈물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프리퀄’ ‘시퀄’로 원작 영화의 전후 이야기를 후속편으로 다루는 경우는 있지만 하나의 세계관안에 벌어지는 일들에 초점을 바꿔가면서 서너편 이상씩 방대하게 전개되는 영화는 아직 제작된 적이 없다.
이는 단지 영화산업의 역사나 경쟁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만화출판사업의 경력차이에서 빚어지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어벤져스’나 ‘엑스맨’과 같이 오랜 시간에 걸쳐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에 설득력을 갖춘 시리즈물의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어벤져스와 엑스맨은 모두 1939년 설립된 마블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대부분의 마블코믹스 캐릭터들은 ‘마블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 속에 거주자로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블코믹스는 어벤져스로 유명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은 물론이고 엑스맨, 판타스틱 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파이더맨 등 유명한 히어로 캐릭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세계관을 영화로 옮겨온 것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Marvel Cinematic Universe)다. 마블 유니버스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전개와 설정, 캐스팅, 캐릭터를 하나의 세계관에서 공유하면서 각 작품마다 다음 작품에 대한 복선을 심어 놓고나 지난 작품과 연관성을 맺는다.
모든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다음 영화를 예고하는 짧은 영상(쿠키)을 숨겨놓는 데다 마블코믹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탠 리 마블코믹스 명예회장이 시리즈 모든 편에 카메오로 등장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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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 리 마블코믹스 명예회장은 마블코믹스의 히어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모든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 마블은 만화 세계를 어떻게 영화로 옮겼나
마블이 마블스튜디오를 차리고 직접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소개하는 영화의 첫 편인 ‘아이언맨’(2008년 개봉)에 알코올 중독과 마약으로 재기불능해 보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캐스팅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아이언맨은 흥행했고 마블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어벤져스를 모으는 쉴드의 책임자인 닉 퓨리가 나오는 짦은 영상으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예고했다.
그 뒤 인크레더블 헐크(2008), 블랙 위도우가 등장하는 아이언맨2(2011), 토르:천둥의 신(2011),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어벤져(2011) 등을 순차적으로 개봉하면서 이야기에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마블의 세계관을 관객에게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The Avengers)가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그해 흥행성적 1위에 올랐다.
엑스맨 시리즈 역시 제작사는 21세기폭스이지만 마블코믹스의 세계관을 2000년 처음 영화로 옮긴 뒤 지금까지 모두 6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벤져스나 엑스맨의 성공이 인기 캐릭터들을 총집합하면서 얻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인기있는 가수들을 끌어 모은다고 무조건 좋은 무대가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각기 다른 세계 사람이 아닌 한곳에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마블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워너브라더스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개봉 전부터 관심을 불러 모았지만 관객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8억7100만 달러의 수익을 내며 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225만 명의 관객 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워너브라더스는 배트맨 대 슈퍼맨을 시작으로 마블코믹스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DC코믹스 소속 히어로인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 세계관을 확장하려 했지만 첫발이 꼬였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캐릭터를 소개하면서 관객에게 영화 속 세계를 이해하도록 주입했다”며 “반면 베트맨 대 슈퍼맨은 영화 한편에 너무 많은 걸 설명하려다 보니 지루해진 데다 설득에도 전혀 힘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