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이행률 60%.’
구조조정 우등생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6개월 동안 받은 성적표다. 그런데 이 성적표에 허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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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한국기업평가는 4일 ‘현대그룹과 한진그룹 자구계획 이행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각 그룹에 유입된 현금 규모가 자구계획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각 그룹의 자구계획과 실제 유입현금 규모가 최소 6천억 원에서 최대 1조 원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34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현재 2조 원대의 자금을 마련해 자구계획의 60%를 이행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한국기업평가는 현대그룹이 마련한 자금이 모두 1조7490억 원으로 2조 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순현금 유입 규모는 1조1877억 원에 그쳐 유동성 개선 정도가 기대에 크게 미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구계획이 온전히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대그룹이 자구계획안에 포함된 항목들을 모두 이행하더라도 마련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애초 목표액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LNG전용선을 목표액 1억500억 원을 밑도는 9613억 원에 팔았다. 내년 초 매각완료 예정인 현대증권 패키지 매각에서도 목표액에 못 미치는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패키지 매각가격을 7천억 원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평가액은 4천억~5천억 원 수준이다.
다만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에서 목표액보다 많은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 점은 현대그룹에게 다소 희망적이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일본 투자회사 오릭스에 6500억 원대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현대그룹은 최대 3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당초 목표액보다 약 1천억 원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그룹의 자구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사업부문 매각으로 실적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LNG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해 벌크선 영업실적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게다가 1분기 유가 하향안정세에 힘입어 적자폭이 축소됐지만 유가가 다시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해운업황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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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국기업평가는 한진그룹의 구조조정에도 허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5조205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했고 현재까지 3조6천억 원 상당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한국기업평가는 한진그룹이 현재까지 마련한 자금은 3조2673억 원으로 3조6천억 원에 다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순현금 유입 규모는 2조1천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김봉균 수석연구원은 한진그룹 구조조정에 대해 “대규모 항공기 도입에 미국의 윌셔그랜드 호텔 재건축 등 사업다각화 투자로 자금 소요가 계속되고 있다”며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내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