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증권이 증권업계 불황을 이겨내고 올해에도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차증권은 2분기에 거래대금 급감 및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환경의 악재를 극복하고 깜짝 호실적을 냈다.
▲ 현대차증권이 증권업계 불황을 이겨내고 올해에도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린다.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 |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데 업황 악화를 극복하고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준다면 내년 연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2분기 깜짝 호실적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증시 침체 및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 영향으로 증권업계는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현대차증권이 비우호적 환경을 극복하고 호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은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87억 원, 순이익 369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14.5%, 순이익은 17.9% 증가했다.
잠정 실적을 발표한 하나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모두 2분기에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나증권은 2분기에 영업이익은 175억 원, 순이익은 196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90.3%, 순이익은 86% 떨어졌다.
KB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54억 원, 702억 원으로 나타나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58.1%, 순이익은 54.6%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영업이익 989억 원, 순이익 846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50.53%, 순이익은 45.31% 줄었다.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주요 증권사 역시 지난해보다 영업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NH투자증권 61.35%, 삼성증권 44.68%, 미래에셋증권 37.37%, 키움증권 35.78%, 한국금융지주 20.77%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업계에 부진의 먹구름이 강하게 덮힌 가운데 현대차증권이 돋보이는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꼽힌다.
현대차증권은 "채권 금리 상승에 대비한 포지션 축소와 투자금융(IB)부문의 포트폴리오 조정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깜짝 실적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은 금리 상승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보유채권의 잔고를 꾸준히 줄였고 덕분에 대규모 채권평가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실제로 현대차증권의 올해 상반기 기준 보유채권잔고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14.2% 감소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25.4% 줄었다.
투자금융 부문에서도 분양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데 따라 물류센터, 오피스와 같은 임대가능자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부동산금융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위험관리에 힘을 쏟았다.
이와 같은 현대차증권의 선제적 대응은 평소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강조한
최병철 사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30년 넘게 재무분야에 몸담은 재무 전문가다.
현대차그룹의 재무부문은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의 경리과 출신이 책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최 사장이 바로 '현대정공 경리과'를 거쳤다.
현대차증권은 한때 투자금융(IB)부문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재무건전성이 다소 악화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최 사장은 2020년 3월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에 오른 뒤 리스크관리를 우선순위에 두는 경영스타일을 이어오고 있다.
최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로 사실상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인 셈이다. 현대차증권이 비우호적 영업환경을 극복하고 호실적 행진을 이어간다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최 사장의 연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대차증권의 영업이익은 2019년 826억 원에서 최 사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된 첫 해에 창사 이후 처음으로 1천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에는 1555억 원으로 증가하며 2년 만에 88.26% 늘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