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패션사업에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쿠팡이 패션사업 강화를 위해 론칭한 패션 전문관 'C.에비뉴'. <쿠팡> |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은 생활용품 분야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아 이커머스의 대세가 되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식품과 식료품 등 성장세가 높은 분야의 매출 비중을 꾸준히 높여가며 계속 전진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약한 분야도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패션’이다.
쿠팡은 무신사와 지그재그, 에이블리, W컨셉 등 패션만 전문으로 하는 버티컬 커머스의 성장에 치여 패션사업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9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패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패션 전문관 ‘C.에비뉴’를 연지 2년여가 지났지만 가시적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쿠팡은 2020년 4월 C.에비뉴를 론칭하면서 “직접 엄선한 프리미엄 브랜드만 모아 다양한 스타일의 인기 패션 아이템을 고객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패션사업 강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쿠팡은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여러 상품 분야의 매출 비중을 공개하진 않는다. 패션 카테고리의 실적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이커머스업계가 소비자 구매 동향을 조사한 결과로 쿠팡이 패션사업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6월 발표한 ‘온라인 쇼핑 멤버십 트렌드 리포트 2022’ 자료를 보면 쿠팡에서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소비자 비중은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밀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에서 ‘패션 의류’와 ‘패션 잡화’를 구입한다고 대답한 응답자 비중은 각각 16.3%, 16.7%였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되는 네이버쇼핑이 각각 33.3%, 31.4%로 조사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도 쿠팡이 패션사업에서 내는 성과는 저조하다.
11번가와 옥션, 티몬, 위메프, GS샵 등에서 패션 의류를 구매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전체 조사 대상의 각각 36.0%, 37.5%, 59%, 48.4%, 46.9%였다. 쿠팡(16.3%)와 비교해 2~4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런 결과는 소비자들이 패션 의류나 잡화를 구매하기 위해 쿠팡을 방문할 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지표를 종합해보면 쿠팡이 꾸준히 공을 들여온 패션사업에서 사실상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과거부터 패션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패션업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2~3년 전만 하더라도 쿠팡의 패션업계 인재 영입이 매우 활발했다”며 “삼성물산, LF,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주요 패션기업에서 인력을 빼가기 위한 노력이 상당했고 실제로 많은 인력이 쿠팡으로 이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재 영입에 들인 노력과 달리 성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쿠팡이 패션사업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패션업계에서 버티컬 커머스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주요 패션 버티컬 커머스는 그야말로 폭풍성장하고 있다.
무신사는 2021년에 거래액 2조3천억 원을 달성하며 2020년과 비교해 93% 성장했다.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여성 패션 전문 플랫폼 W컨셉의 지난해 거래액 성장률도 40%가량이다.
무신사와 지그재그, 에이블리, W컨셉, 브랜디 등 주요 5대 패션 버티컬 커머스의 2021년 거래액이 모두 4조 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2020년보다 최소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오프라인에 내는 매장에도 MZ세대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패션업계만큼은 버티컬 커머스가 다른 플랫폼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오픈서베이 조사를 보면 패션을 소비하기 위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채널은 바로 카테고리 전문몰이었다. 카테고리 전문몰은 무신사나 지그재그, 에이블리, W컨셉 등 패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카테고리 전문몰에서 패션 의류를 소비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92.9%로 압도적이었다. 패션 잡화의 소비 비중도 64.3%로 다른 플랫폼보다 훨씬 높았다.
직매입을 주력으로 하는 쿠팡의 사업 구조가 패션사업 확대에 근본적 걸림돌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패션업계는 오픈마켓에 입점할 때 본사가 가격 결정권과 제품 판매 시기 등을 쥐길 원한다. 하지만 쿠팡은 직매입으로 재고를 확보해놓은 뒤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에 파는 사업모델을 추구한다.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르다보니 쿠팡이 패션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쿠팡의 C.에비뉴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는 19일 기준으로 모두 1229개다. 하지만 굳이 쿠팡을 통해서만 살 수 있는 브랜드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주된 시각이다.
물론 쿠팡은 패션사업에서 여전히 승부를 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쿠팡은 4월 아마존에서 패션사업을 담당했던 제임스 퀵을 쿠팡의 패션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제임스 부사장은 이커머스업계에 20년가량 몸담은 인물로 아마존에서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의 의류사업을 담당하며 스포츠웨어와 신발, 아웃도어 패션 등을 맡았다.
패션사업은 높은 마진을 챙겨갈 수 있는 대표적 분야다.
통상적으로 국내 주요 패션기업의 원가율은 평균적으로 20~40%인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이 패션사업 유통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마진이 다른 카테고리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얘기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