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에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등 연금개혁을 풀어갈 주요 인사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데 지지율 하락과 경기침체 가능성 등 정치적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자칫 연금개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5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백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자진사퇴함에 따라 대통령실은 새 장관 후보자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 과정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한 부처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는 사례가 발생한 만큼 대통령실로서는 후속 인선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아 하는 데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 등 하반기 원구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다음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는 빨라야 8월 중에나 가능할 공산이 크다.
보건복지부는 권덕철 전 장관이 지난 5월17일 사표를 낸 뒤로 이미 두 달 가까이 수장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이끌 수장이 없다보니
윤석열 정부가 주요 개혁 과제로 제시했던 연금개혁은 논의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5월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연금개혁과 관련해 현재까지 정부의 실질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된다고 해도 담당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 역시 현재 공석인 만큼 곧바로 속도를 낼 수도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김용진 전 이사장이 지난 4월 사퇴한 뒤 후임 이사장 인선이 제청권을 가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선과 함께 계속 미뤄지고 있다.
새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된 뒤 바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선 절차를 시작한다 해도 최종 임명까지는 통상적으로 2~3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올해 안에
윤석열 정부가 연금 개혁과 관련해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개혁 추진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관련해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6월 말부터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가 속출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6월27일~7월1일 실시해 4일 공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부정 평가가 50.2%, 긍정 평가가 44.4%로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7월1~2일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부정 평가가 51.9%, 긍정 평가가 42.8%로 집계됐다.
한국갤럽이 6월28~30일 실시해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긍정 평가 43%, 부정 평가 42%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첫 분기 평가에서 부정 평가가 노태우 전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은 연금개혁 논의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연금개혁은 누군가 '손해'를 봐야하는 구조라 여론의 큰 반발을 사기 쉬운 사안이다. 그래서 지지율이 높은 정부도 섣불리 손을 대지 않으려 했다.
게다가 앞으로 정치 일정과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윤석열 정부의 연금 개혁 추진은 더욱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다음 전국단위 선거는 2024년 총선으로 아직 1년 넘게 남았지만 정권 초부터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만큼 갈 길이 바빠진 여권으로서는 시간이 빠듯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30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놓고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할 만큼 여권 내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설 분위기라는 점도 연금개혁의 추진 가능성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내놓은 ‘2022년 하반기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를 통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2022~2023년 중 3% 안팎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물가 상승압력, 급격한 통화정책 정상화 등에 따른 금융불안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바라봤다.
문재인 정부 때는 출범 초기인 2018년에 국민연금 개혁안을 만들었고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보였음에도 여야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에 끝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연금 개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