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얼마나 이득을 보게 된 것일까?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합병 당시 16.54% 확보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논리를 적용하면 이 부회장이 손에 쥐게 될 지분은 14% 수준에 그친다.
현재의 삼성물산 시가총액으로 계산하면 6천억 원 정도의 이득을 본 셈이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서울고등법원 민사35부(부장판사 윤종구)는 31일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일성신약과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식매수 청구가격 조정소송 2심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주당 청구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합병절차와 합병비율 등이 적법했다는 1심의 판결을 뒤집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을 반대하며 낸 가처분신청에 대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현행법에 따라 적법하게 정해진 것”이라며 기각했다.
그 뒤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이 제기한 주식매수 청구가격 조정 소송 1심에서도 삼성물산이 산정한 주식매수 청구가격인 주당 5만7234원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소송을 취하했으나 일성신약 등은 소송을 계속해 왔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이전부터 합병계획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이 상장하기 전인 2014년 12월17일을 기준으로 삼성물산 주식매수 청구가격을 산정해 6만6602원을 적정가격으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물산 주가 흐름이 삼성그룹 오너 일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들어 삼성물산 주가부진이 의도적이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당시 삼성물산 주가는 낮게, 제일모직 주가는 높게 형성돼야 이건희 회장 일가가 합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특수한 사정이 고려돼야 한다”며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이 이건희 회장 등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합병 전 제일모직 지분 23.24%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합병 뒤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4%를 확보해 삼성물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2.86%), 이부진·이서현 사장(5.51%) 등 오너일가 지분을 모두 합해도 이재용 부회장 지분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물산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의 정점에 오른 셈이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삼성물산 합병가액을 이번에 재판부가 산정한대로 6만6602원으로 할 경우 합병비율은 1:0.42로 이재용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14%에 그친다.
만약 제일모직 합병가액을 상장 전 공모가격인 5만3천 원으로 조정하면 합병비율은 1:1.25로 이재용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10% 미만으로 떨어진다.
지난해 합병비율에 이의를 제기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자산기준에 따라 1:1.6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고작 8% 수준에 그친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삼성그룹 지배력을 더욱 확대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삼성SDI로부터 삼성물산 주식 1천억 원어치를 넘겨받아 지분을 17.23%로 늘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